독자마당-원룸 난립 주민 불편

입력 2003-06-28 10:22:04

나는 대구시 중구 삼덕동에 살고 있다.

삼덕동은 예전부터 교통의 요충지이면서 한옥과 주택이 옹기종기 들어서 있어,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시골마을 같은 조용한 주택가였다.

하지만 작년부터 원룸을 전문으로 짓는 건설업자들이 땅을 조금씩 사기 시작하더니, 한옥이 점점 사라지고 원룸들이 빼곡히 들어서기 시작했다.

원룸이 들어서면서 조용하던 마을에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차문제, 쓰레기 문제, 주거권 침해, 소음, 먼지 공해 등으로 주민들끼리 싸움이 일어나는 것은 다반사요, 도시가스 공사한다고 땅을 파헤쳐서 주민들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또 원룸에 사는 젊은 사람들을 위한 편의시설인 세탁소와 술집, 음식점들이 들어와서 아이들 교육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

몇 년 전만해도 이 동네에서는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이 툇마루에 둘러앉아 여름이면 수박을 잡수시고 아이들은 마음껏 뛰놀던 그런 마을이었다.

하지만 원룸이 들어오고 나서는 이웃이 누군지도 모르고, 좁은 공간을 여러 가구가 나눠 쓰다보니 이웃이 원수인 경우도 많다.

내가 알고 있는 한 이웃은 유일하게 몇 남지 않은 한옥에서 살고 있는데, 원룸이 지어지면서 갈 곳이 없어진 길고양이들이 그 집에 모두 모여드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고양이들과 같이 살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원룸은 마을 공동체를 파괴하고, 환경을 오염시키고 동물의 생존권까지 위협하면서 지어지고 있다.

오늘도 소음을 내며 옆집이 뜯어져 나가고 있다.

뜯겨져 나가는 오래된 한옥을 보면 정말 한숨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안재홍(대구시 삼덕3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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