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데스크-압박보다 대화에 비중을

입력 2003-06-27 15:42:01

이라크 전쟁은 누구나 한마디씩 참견했던 세계적인 관심사였지만 종전이 선언된지 두달이 채 안됐을 뿐인데도 이젠 거의 남의 일이 돼 버렸다.

거의 매일 이라크 전후의 재건활동과 함께 전화에 시달리는 이라크인들의 고충과 참담함이 뉴스에 오르고 있으나 대부분 우리의 눈길을 끌지 못한다.

승전국 미국과 영국은 전쟁전 이라크의 독재자 사담 후세인과 대량살상무기(WMD)를 제거하면 이라크인들은 압제에서 해방, 자유롭고 평안한 삶을 누리게 될 것이라며 세계각국에 참전을 강요했다.

그러나 전후 이라크의 실상은 굶주림과 혼란의 연속일 뿐이며 미래에 대한 희망마저 잃은 상황이라고 서방외신들은 전한다.

이라크戰, 한반도의 '거울'

바그다드가 함락된지 석달이 다 돼가고 있다.

하지만 이라크 일부도시에서는 아직도 식수와 연료통을 든 행렬이 장사진을 이룬다.

전기도 완전 복구되지 않아 밤도둑이 활개를 치고, 대낮에도 기간시설 약탈과 부녀자들의 납치가 잇따라 극도의 치안부재를 노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도시지역 곳곳에서 후세인 잔당들의 공격이 재개되면서 점령군들과 시민들의 충돌도 잦아졌다.

바티스트 게릴라 소탕전에 나섰던 미군들이 오판으로 무고한 시민을 살상하는가 하면 무더기로 잡아들였다가 방면하는 등 민간인을 함부로 다뤄 적개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바그다드에서는 '아메리카=사담 후세인'플래카드를 든 반미시위가 일상사가 되고 있다고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전한다.

식수·전기·연료 부족이나 민간인들과의 충돌은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지만 점령군이 약속한 이라크 독자정부 구성은 요원하기만하다.

과도정부 구성을 싸고 미국 브레머 행정관과 이라크 지도자들이 갈등을 빚어 과도정부 구성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이라크 지도자들은 망명인사 25∼30명을 자문위원으로 과도정부를 만들려는 브레머 행정관의 계획에 반발, 당초 계획대로 300명으로 구성되는 이라크의회를 먼저 구성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우리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난 남의 나라 이야기를 이처럼 늘어놓는 것은 한·미정상회담후 북핵을 둘러싼 대화와 압박의 해법수단 중 압박쪽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한반도에도 이라크와 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많은 우방국가들의 반대에도 불구 거의 독자적인 힘으로 이라크 독재정부를 갈아치운 승전국 미국은 세계각국들을 몰아세우며 초강경 북한 압박작전을 쓰고 있다.

미국은 새로이 제안한 남북·미·일·중 5자회담에 북한을 끌어들이기 위해 유럽연합(EU) 15개국 정상들로 하여금 북핵폐기 공동성명을 채택케 하고, 일본 호주와 함께 미사일·마약 밀매 북한선박 나포를 논의한 데 이어 영국 스페인 폴란드 등 이라크전 참전국들과 북한·이란을 상대로 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실천방안을 모색하고 있다.이어 최근에는 북핵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상정해 북핵철폐 안보리성명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북한의 반응이다.

북한은 5자회담 제의를 거부하고, 북한의 선박을 나포하거나 북핵문제를 안보리에 상정하면 '비상조치'로 대응하겠다며 강경자세를 누구려뜨리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한·미·일 공조'에 대해 '남북 민족공조'를 내세우며 한국정부의 입지를 당혹하게 만들고 있다.

서로가 한치의 양보 없는 급박한 상황이 전개되자 국내 일부에서는 국제사회서 완전 고립된 북한이 돌발사태를 일으킬지 모른다며 제2의 6·25 위기론 마저 거론하고 나섰다.

북핵문제 대화로 풀어야

우리의 입장에서 한반도 위기상황을 막는 방법은 대화와 압박의 수단 중 대화에 비중을 더 높이는 일이다.

우방과의 공조도 중요하지만 북한의 민족공조를 단순히 벼랑끝 외교전략만으로 치부해 외면만 할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올드유럽(Old Europe) 대다수 국가들이 표면적으로는 북핵 폐기압박에 동조하더라도 그 절차나 방법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 한다는 사실이다.

이라크전 반전국 프랑스와 독일 러시아는 북핵문제를 5자회담이나 유엔안보리서 처리하는데 대해 동조하면서도 미국의 일방적 무력사용엔 반대한다는 뜻을 선진국 정상회담(G8)에서 분명히 했으며, 중국도 5자회담엔 찬성하지만 북핵문제의 안보리상정은 반대하고 있다.

사태를 비관적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미국이 무력을 사용할수 있는 시기는 내년 11월 미국대통령선거 이후가 될 것으로 본다.

재선을 노리는 부시로선 북한을 치거나 이란을 때리건 캠페인 기간중 전쟁을 벌이긴 어렵고 아프간, 이라크에 연이은 3차례의 전쟁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고 한다.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우리정부의 보다 다각적인 외교전략이 요청되는 시점이다.

최종진〈북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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