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초등학생까지 유학인가?

입력 2003-06-25 15:45:08

지난 6월 19일과 20일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교육부는 초등학생들까지 자유로운 해외유학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관련규정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7월 입법예고, 10월 개정 예정). 물론 교육부가 밝히는 바에 의하면 이와 같은 추진은 이미 중학생을 포함하여 연간 수천명에 달하는 초등학생들이 편법으로 유학을 가는 것을 현실화하자는 데 있다.

그렇지만 초등학생마저 해외에 유학을 보내야만 하는가? 도대체 교육의 목적이 무엇인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다른 여타의 존재들과는 달리 인간은 교육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고 가치를 실현한다.

즉 인간은 양육을 필요로 하는 유아기, 훈육을 필요로 하는 아동기, 그리고 교수(敎授)를 필요로 하는 학생기를 거치면서 평생 동안 교육을 받으면서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고 가치를 실현시켜 간다.

따라서 이런 인간의 교육에는 그 동안 과학.기술교육과 인문.도덕교육이 중요하게 취급되어 왔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오늘날에는 전자의 교육만 중시되고 후자의 교육은 점차 무시되고 있다.

심지어 7차 교육과정에는 윤리교육마저 선택으로 전환되었다.

이처럼 근대 시민혁명 이후 존재에 대해서 고민하는 사색 교육은 추방당하고, 존재를 소유하는 기술 교육만이 지배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한마디로 '나는 철학자보다 기술자를 존경한다'고 한 베이컨의 주장이 현실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군다나 시민사회의 시장논리가 우리 사회 전반에 점차 확장되면서 가족마저도 붕괴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인간에게 기본적인 예절을 가르쳐야 할 가정교육마저 포기되고 있으며, 가정 내부에서조차 모든 교육이 존재를 소유하는 능력교육으로 치닫고 있다.

이미 우리는 가정에서부터 인간을 전투사로 길러야만 하는 사태에 이르게 되었다.

부모는 전장에 나가는 전투사를 위하여 산업현장에 나가 보급대 역할을 하도록 강요받고 있다.

국지전의 차원을 넘어 세계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훌륭한 전투사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가정이 붕괴되더라도 아이들을 해외로 내보내야만 하는 것이다.

어린이가 상상력이 마비되고 전략적인 아이가 되는 것을 우려하여 성서와 우화를 읽히고 문장을 가르치는 것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주장한 루소의 자연교육은 까마득한 옛이야기가 되고 있다.

참으로 서글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교육부가 이런 서글픈 현실에 장단을 맞추어야만 하는가? 아무리 세계인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부모와 조국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할 전투사를 길러서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한국경제는 점차 얼어붙고 있는데, 해외유학과 어학연수를 알선하는 유학원은 호경기를 누리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03년 1월부터 5월까지 한국을 떠난 유학생(81,138명)이나 어학연수생(59,580명)은 140,718명으로 지난해보다 6,000여명이 늘어났다.

무역협회 무역연구소의 발표에 의하면 지난 한 해 동안 해외로 나간 유학.어학연수생들의 지출 비용은 46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이 금액은 우리나라 무역흑자 100억달러의 42.4%에 해당하는 금액이며, 교육부 예산 22조 3천억원의 25.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해외로 빠져나간 유학.연수비용은 3억 9,97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47%가 증가하였다.

이것은 우리나라 전체 서비스수지 적자액의 22%를 차지하는 금액이다.

사실 정부는 이런 어려움들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난 3월에 서비스수지 개선 종합대책을 마련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런데 왜 지금 정부는 이런 엄청난 적자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추진하고자 하였던 기본정책과 상반되는 초등학생 유학인정을 추진하고자 하는가? 이 정책의 추진은 단순히 경제적인 차원에만 관계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왜 교육하고,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가라는 국가의 100년 교육대계와 관련되어 있다.

그러므로 정부는 교육이 자본과 권력에 예속되어 인간의 삶의 조건을 유린하는 지금의 우리 현실을 인정하기보다는 좀 더 근원적인 차원에서 우리의 교육현장을 바로잡아나가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석수(경북대 교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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