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포항시의 딜레마

입력 2003-06-25 11:45:08

"원전수거물과 관련한 주민설명회를 가지려고 하니 장소제공을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포항시가 방사성(핵) 폐기물 처리시설과 관련한 주민설명회 문제로 딜레마에 빠졌다.

최근 울진.영덕에서 주민반대로 잇따라 무산된 주민설명회를 '왜 아무 관계도 없는 포항시가 떠맡아 불난리를 일으키느냐'는 시각 때문.

산업자원부는 지난 21일 포항시에 한 통의 공문을 보냈다.

방사성 폐기물 시설과 관련해 포항시에서 주민설명회를 가지려고 하니 장소제공 협조를 바란다는 것.

장소협조 요청 이유에 대해 "울진.영덕에서 설명회를 갖지 못했지만 동해권 주민들에게 방사성 폐기물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유치에 따른 각종 인센티브 등을 제대로 알려 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26, 27일 양일중 택일해 줄 것을 요청했다.

포항시는 이를 23일 정기회가 열리고 있는 시의회에 보고, 의견을 물었다.

의회는 의원 긴급간담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장소제공에 반대한다고 결론지었다.

공원식 의장은 반대이유에 대해 "울진.영덕에서 무산된 것을 같은 동해권인 포항에서 연다는 것은 분위기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이 문제를 너무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장소제공은 힘들어졌다.

황성길 부시장은 "의회 뜻과 함께 시민 공감대가 부족, 산자부가 요청한 날짜의 장소제공은 어렵다"고 포항시의 입장을 밝혔다.

한편 '21세기 첨단과학 도시'를 지향하는 포항시는 사실 양성자가속기에 적지 않은 눈독을 들이고 있다.

양성자가속기를 운영할 수 있는 최고의 인력이 바로 포항공대(방사광 가속기)인력일 뿐 아니라 양성자.방사관 양 가속기의 시너지 효과가 엄청나다는 게 공대측의 설명. 여기다 수력원자력 본사 유치 및 지역개발비 등 총 2조원 규모의 지원사업이야말로 '제2의 영일만의 기적'을 이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것.

그래서 포항시는 사실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닐까.

사회2부.임성남기자 nl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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