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여가-클레이사격

입력 2003-06-25 10:05:21

호흡을 가다듬은 사수가 '어이'하고 짧게 신호를 주자 접시 형태의 오렌지색 표적(피전·pigeon)이 허공으로 날아오른다.

'탕'하는 소리가 귓전을 울리는 것과 동시에 표적은 산산조각 나 사방으로 흩어진다.

방아쇠를 당긴 사수는 물론 보는 이들까지도 짜릿한 전율감에 휩싸이는 순간이다.

총을 꺾으면 2개의 탄피가 '타탁' 소리를 내며 튀어나오고, 사수는 코를 자극하는 '알싸한' 화약냄새를 음미하면서 총알을 장전한 뒤 또 총을 겨눈다.

다시 총성이 울리고 눈 앞에서는 조금 전에 보았던 광경이 똑같이 되풀이된다.

'해냈다'는 성취감에 한껏 기가 오른 사수는 보일 듯 말 듯 어깨를 으쓱대며 사대(射臺)에서 돌아선다.

얼굴은 환하게 웃고 있다.

구경꾼들로부터 찬사와 함께 박수가 쏟아진다.

장마가 시작되면서 햇빛 보기 어려운 날이 많아졌다.

날씨가 우중충한 데다 후텁지근하다보니 짜증도 난다.

이럴 때 하는 일이 잘 안된다 싶으면 쉽게 의기소침해지기 마련. 짜증도 나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면 클레이사격장으로 달려가보자. 집중력과 순발력 배양은 물론 모든 근심을 순간에 떨쳐버리면서 삶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 자신감까지 되찾을 수 있다.

◇클레이사격

시속 60~90㎞로 날아가는 표적을 산탄(霰彈)이 장전된 총으로 맞히는 클레이사격(Clay Target Shooting)은 18세기 영국에서 수렵이 규제를 받자 살아있는 비둘기를 날린 뒤 쏘아 맞히는 놀이에서 유래했다.

지금도 표적을 피전(pigeon)이라 부르는 이유다.

이후 이 놀이가 너무 잔인하다는 비난이 일자 표적을 진흙접시로 바꾸면서 클레이사격이란 이름이 붙었다.

표적 지름은 10cm 정도. 공중에 2~4초 정도 떠 있다.

어른 엄지손가락 크기의 탄환 속에는 270~350개의 작은 탄환이 들어있다.

총구에서 30m 정도 날아간 산탄의 반경이 25~30㎝쯤 돼 웬만큼 운동신경만 있다면 처음 해보는 사람도 25발 중 5~7발은 표적을 명중시킬 수 있다.

총 무게가 3.5㎏ 정도로 큰 힘이 들지 않아 여성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종목은 올림픽 정식종목에 포함돼 있는 '스키트(Skeet)', '트랩(Trap)', '더블 트랩(Double Trap)'과 클레이사격 대중화를 위해 만든 '아메리칸 트랩', 가상 수렵을 즐길 수 있는 '스포팅 클레이'가 있다.

스키트는 1번부터 8번까지의 사대를 옮겨다니며 다양한 각도에서 접시를 맞히게 돼 있고, 트랩은 1번에서 5번까지의 사대를 옮겨가며 3개의 방출구 중 한 곳에서 튀어나오는 접시를 쏜다.

더블트랩은 트랩경기와 유사하며 사수는 동시에 비행하는 두 개의 표적을 차례로 맞춰야 한다.

아메리칸 트랩은 같은 표적 방출구에서 표적이 계속 나오기 때문에 가장 명중률이 높고 배우기 쉽다.

초보자들은 아메리칸 트랩에서 기본 자세와 감각을 익힌 뒤, 트랩, 스키트 순으로 배운다.

대부분 아마추어들은 아메리칸 트랩 경기를 하며 한 라운드당 25발을 쏜다.

◇문경관광사격장

전국에 10여개의 사격장이 있다.

하지만 대구·경북에서 클레이사격을 할 수 있는 곳은 문경에 있는 문경관광사격장밖에 없다.

탄광 저탄장 부지에 조성돼 문경시가 직영하는 이 사격장엔 5개의 사대가 있는 아메리칸 트랩용 사격장과 경기용(스키트 및 트랩) 사격장이 있다.

초보자는 아메리칸 트랩용 사격장을 이용하고, 좀 숙달된 사람들은 경기용 사격장에서 사격을 한다.

태릉국제종합사격장 등 다른 사격장에서는 표적이동 속도를 국제경기 때보다 느리도록 조절해놓았지만 문경관광사격장은 국제경기 규격 그대로 해놓고 있다.

아메리칸 트랩용 사격장의 표적은 좌우가 아닌 앞쪽으로 날아간다.

표적 방출구에서 낙하지점까지 거리는 65m 정도이며, 이용료는 25발 기준으로 1만7천원이다.

권총사격장이 별도로 있어 실탄으로 권총사격도 가능하다.

신문 크기의 표적지를 향해 총을 쏘는데 사격이 끝나면 표적지를 기념삼아 가져갈 수도 있다.

비용은 10발에 1만3천원.

클레이사격과 권총사격 모두 초보자는 사격선수 출신의 교관들이 1대1 지도를 해주며 조끼와 방음용 귀마개는 무료로 제공한다.

14세 이상이면 사선(射線)에 설 수 있다.

◇잘 맞히는 요령

클레이사격은 정지해 있는 목표물을 정조준해 맞히는 것이 아니다.

얼굴을 총 개머리판에 최대한 붙여 총구와 시선을 일치시켜 고정시킨 뒤 표적만 보면서 총구를 이동시켜 쏜다.

앞쪽으로 날아가는 표적의 경우 표적이 제일 고점에 있다 싶을 때 방아쇠를 당기면 잘 맞는다고 문경관광사격장 김백운(36) 코치는 말한다.

◇주의할 점

교관의 지시에 잘 따른다면 안전사고가 날 확률은 거의 없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점은 빈 총이라도 총구를 사람쪽으로 겨누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하며, 사대가 아닌 장소에서 총탄을 장전해서는 안된다.

또 총탄이 장전된 총에서는 절대로 손을 떼지 말아야 한다.

다른 사람이 사격하거나 조준할 때 쓸 데 없는 언행을 하지 않는 것도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에티켓이다.

▶문경관광사격장 가는 길=경부고속도로 구미IC 지나 중부내륙고속도로에 접어든다.

상주IC에서 빠져 34번 국도를 타고 문경·보은 방면으로 달리다 문경시 중심가 모전5거리에서 문경시민운동장 쪽으로 10㎞ 정도 더 가면 왼쪽으로 사격장 입간판이 보인다.

▶주변 가볼 만한 곳=강변을 따라 하늘로 치솟은 기암괴석과 층암절벽이 이어지고 푸른 영강 위에는 3개의 교량이 뻗어 있어 자연과 인공이 묘한 조화를 이루는 진남교반과, 야생화 및 전국 지차체 상징 수목 공원 등이 있는 불정자연휴양림이 차로 5분 이내에 있다.

▶먹을 만한 곳=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송정식당(054-552-4879)과 쌍계천송어장가든(054-552-5060) 등에서는 송어회(2인분 1만2천원~1만6천원)를 먹을 수 있으며, 진남교반의 진남매운탕식당(054-552-7777)과 영남매운탕식당(054-552-9868) 등은 민물고기 매운탕을 주메뉴로 한다.

송회선기자 s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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