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하는 오후

입력 2003-06-25 10:05:21

느그들 보고 싶어 멧자 적는다

추위에 별 일 없드나

내사 방 따시고

밥 잘 묵으이 걱정없다.

건너말 작은 할배 제사가

멀지 않았다.

잊아뿌지 마라

몸들 성커라.

돈 멧 닢 보낸다.

공책사라.

이동진 '할머니의 편지'

할머니의 편지를 사투리 그대로 소박하게 옮기고 있다.

물론 시인이 필요한 부분을 정리해서 옮기고 있다.

평범해 보이는 소박한 용어 뒤엔 짙은 고향의 파토스(정념)를 숨기고 있다.

시인은 이 점을 노리고 있다.

그것은 느티나무 그늘의 안식일 수도 있고 , 오냐오냐 하며 피로한 등을 어루만져 주는 고향집 구들목의 훈기 같은 것이다.

권기호(시인·경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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