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의 역사는 꽤 오래 된다.
씨름은 몽골에 그 기원을 두고 있는 듯하다.
몽골의 씨름이 그 원형이 아닌가 한다.
기마민족사(騎馬民族史)를 보면 몽골족인 흉노(匈奴)들은 씨름경기를 몹시 즐긴 모양이다.
그들은 아주 격렬한 경기를 했다.
상대의 허리를 분질러 버릴 때까지 경기를 그치지 않았다.
허리가 부러져 일어서지 못 할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숨이 끊어져야 경기가 끝나기도 했다.
잔인하다.
마치 로마황제가 사자와 사람이 싸우거나 투기사가 칼과 방패로 싸우다 목숨을 잃는 것을 보고 박수갈채한 그런 상황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일본에서는 씨름을 스모라 한다.
우리의 씨름과 닮은 점도 있지만 다른 점도 있다.
그들은 주로 장외로 상대를 밀어내는 기술이 주종을 이룬다.
우리는 장외로 나가면 판을 깨고 다시 경기를 시작한다.
일본과 우리는 다같이 몽골족들처럼 잔인한 경기는 하지 않는다.
우리의 씨름도 역사가 꽤 오래된 듯하다.
일본처럼 등급을 매기거나 한자리에서 전국의 역사(力士)를 모아놓고 주기적으로 경기를 해서 순위를 정하곤 하는 일은 없었는 듯하다.
최근 한 20년 이래로 갑자기 씨름은 우리에게도 국민적인 각광을 받게 됐다.
전국의 내로라 하는 역사들이 한자리에서 기를 겨룬다.
순위도 정한다.
장사라는 칭호가 그것이다.
일품도 있고 이품 삼품도 있다.
일본의 경우는 요코즈나( 橫網)가 최고이며 오세키(大關) 세키와키(關脇)등으로 매겨진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요코즈나건 오세키건 세키와키건 한번 그 자리를 차지하면 종신(終身)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그때마다 위치가 바뀐다.
내가 지금 씨름 얘기를 장황하게 늘어 놓고있는 것은 씨름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목적은 다른 데에 있다.
이제부터 내가 말하고 싶은 방향으로 노를 저어가겠다.
왜 우리는 전통을 계승하는데 인색했는지 모른다.
변덕이 심하다.
씨름만 해도 그렇지 않은가? 지금 우리가 보는 바와 같은 그런 복장과 몸치장으로 경기를 하지 않았다.
옛 풍속화를 보면 그것이 잘 드러난다.
베잠방이를 길게 늘어뜨리고 상투를 쫀채로 웃통을 벗어젖히고 추석이나 주로 오월 단오날에 천변 모래사장에서 방을 그어 놓지도 않고 관중이 빙 둘러싸고 있는 그 안쪽에서 경기를 했는 듯하다.
요즘은 짧은 색색가지 밴더를 입고 청색과 홍색의 샅바를 두르고 일본식으로 원형의 모래판에서 경기를 한다.
밖에서 하지 않고 다른 경기장을 빌려서 실내에서 한다.
그러나 일본은 다르다.
일본은 수 백년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복장에서 동작에서 몸차림에서 모두가 예 그대로다.
심지어 행사중간에 거행되는 의식까지 예 그대로다.
고스란히 전통이 계승되고 있다.
국기관(國技館)이라고 스모의 경기장이 따로 독립돼 있다.
엊그제 만들어진 건물들이 아니다.
내가 학생 때, 그러니까 60년 전에 도쿄에 국기관이 있었다.
내가 그 건물을 보기 훨씬 이전에 세워졌으리라. 적어도 백년 이상은 되었으리라. 지금도 예 그대로 퍼질러 앉아서 보도록 관람석이 유지되고 있다.
그들은 또 독특한 복장을 하고 있다.
훈도시(불쌈)를 차고 앞쪽에 수실을 달고 있다.
일본식 상투를 쪼고 있다.
일본에서는 다도(茶道)와 꽃꽂이와 분재가 면면히 이어져 일본인들의 생활속에 깊숙이 스며있다.
원래 차와 꽃꽂이와 분재는 중국에서 생겨나서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건너갔으리라. 그러나 지금은 일본이 종주국처럼 돼버렸다.
생활에 윤기를 주는 것들은 고스란히 그들에게만 살아서 숨쉬고 있다.
이 땅에서는 왜 일찍 질식해 죽었는지 모를 일이다.
우리는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해야 할까를 분간 못하게 돼버린 것이 아닌가도 싶다.
역사적 배경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이제부터라도 세심한 관심과 배려가 있어야 한다.
의아한 것은 설 같은 것은 음력을 아직도 완강하게 고집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세계화를 부르짖으면서 이게 무슨 꼴인가? 일본은 일찍 개화기에 이미 양력설을 택했다.
참 모를 일이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지켜야하나. 김춘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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