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하는 오후

입력 2003-06-24 09:30:37

나는 그 여자를 알고 있다

그 여자는 폭발하는 검은 피부의 핏덩이의

갈갈이 찢기는 엉덩이의 살점의 혓바닥의

보랏빛 침이다

나는 그 여자를 알고 있다

그 여자는 뒤로 들린 채 전시되는 철로 만든

허리를 가진 검게 뚫린 산탄총의 빛무늬를 유방에

새긴 흔들리는 몸의 전부의 푸른 나무다

이준규 '나는'부분

초현실주의 기법의 시다.

여자가 '검은 피부','찢기는 엉덩이','보랏빛 침'으로 되면서 앞의 이미지가 뒤의 이미지에 겹쳐지고 뭉개어져 추상회화적 공간구성을 취하고 있다.

이런 시는 문학적 의미로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추상화된 사물의 느낌(무의식적)만 주고 있다.

독자는 부담없이 이런 느낌을 향유하면 된다.

권기호(시인·경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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