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최연소 300호'보다 더 빛난 9회말 끝내기 만루포

입력 2003-06-23 15:52:56

대구삼성이 인천SK에 3대2로 뒤진 8회말 1사후 이승엽이 네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첫 타석에서 좌익수 플라이 아웃, 두번째 타석에서 볼넷, 세번째 타석에서 1루수 땅볼 아웃으로 물러난 이승엽의 세계 최연소 개인통산 300호 홈런이 다음 경기로 미뤄지나 싶었다.

그러나 관중석에선 이승엽을 연호하며 열기가 흘러 넘쳤다.

22일 대구구장은 경기 시작 1시간전 표가 다 팔렸고 관중석을 가득 메운 1만2천여명의 관중들은 대기록이 세워지는 '역사의 현장'에 있고 싶어했다.

SK의 세번째 투수 김원형이 와인드업 동작에 들어가자 이승엽이 배트를 빙빙 돌리다 멈추며 투수를 노려봤다.

김원형의 손을 떠난 초구가 안쪽으로 들어오자 이승엽은 기다렸다는 듯 배트를 휘둘렀다.

공이 하늘 높이 치솟는 순간 환호성이 터져나왔고 야구장 여기저기서 "갔다" "홈런~"하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1루로 향해 달리던 이승엽은 홈런임을 확인하고 오른팔을 치켜들며 기쁨을 나타냈다.

이어 나온 마해영도 김원형으로부터 랑데부 좌월 홈런을 날려 4대3으로 승기를 잡았다.

그러나 끈질긴 SK는 9회말 삼성 마무리 노장진으로부터 1사만루에서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내 다시 동점을 만들었다.

이승엽을 축하하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듯했으나 더 극적인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승엽은 9회말 2사 만루에서 다시 타석에 등장, SK의 특급 마무리 조웅천과 맞섰다.

이승엽은 다소 마음이 급한 듯 초구와 2구에 타격 자세가 흐트러지며 파울볼을 날렸다.

제4구째, 헛스윙을 유도하는 낮은 싱커가 홈 플레이트 바닥으로 깔려 들어왔으나 이승엽의 배트는 어퍼 스윙으로 돌아가며 놓치지 않았다.

300호 홈런과 비슷한 궤적을 그린 타구는 우측 담장으로 다시 넘어갔다.

삼성의 덕아웃에서 뛰쳐나온 동료들이 홈플레이트에서 그를 반기며 그의 헬멧과 엉덩이를 마구 두들겼다.

8대4로 승리한 삼성은 20일 충격적인 재역전패에 대해 설욕하며 SK와의 승차를 1경기 차로 좁혔다.

이승엽은 최근 투수들의 집중 견제에 시달리면서도 63경기에서 33개의 홈런을 기록, 페이스를 잃지 않고 있어 올시즌 남은 70경기에서 오 사다하루(왕정치)의 한시즌 최다홈런 아시아신기록(55개) 경신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날까지 73개의 안타보다 많은 76타점을 기록, 자신이 지난해 세운 한시즌 최다 타점(126타점) 기록도 갈아치울 전망이다.

부산롯데는 김주찬과 신명철의 랑데부홈런 등으로 서울LG를 6대2로 눌렀고 광주기아도 이종범의 맹타에 힘입어 서울두산을 5대2로 제쳤다.

정민철이 호투한 대전한화는 수원현대를 5대2로 꺾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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