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대회 코앞인데...'시민의식'아쉽다

입력 2003-06-23 15:54:25

U대회를 코앞에 두고 있지만 사람들이 조금만 많이 모이는 대구 곳곳에서는 어김없이 '무질서 천국'이 벌어지고 있다

삼성라이온즈 이승엽의 300호 홈런이 기대됐고 결국 터졌던 지난 21일과 22일 대구 시민운동장 야구장은 음식물 냄새에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쌓인 쓰레기로 숨쉬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21일 밤 친구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았다는 남시융(28.대구 지산동)씨는 "음식을 갖다 먹는 것은 좋지만 다른 관람객들을 생각해 쓰레기만이라도 좀 제대로 버려줬으면 좋겠다"고 개탄했다.

경기장 내 음주도 도를 지나쳐 반입 금지된 소주를 들여와 마시는 관중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으나 경찰관은 찾아볼 수 없었다.

운동장 관계자들은 경찰관이 야구장에 안 나온지 벌써 오래 됐다고 했다.

가족들과 경기장을 찾았다는 윤성민(40.대구 송현동)씨는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거나 시비를 거는 경우가 많아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야구장을 찾기가 부끄럽다"고 했다.

전날 경기에서 이승엽의 홈런포가 터지지 않아 22일 저녁 또다시 야구장을 찾았다는 김대석(24.대구 수성구 범어1동)씨는 "결국 홈런포의 기쁨을 만끽했지만 일부 관중은 환호를 질러대고 생수통을 두들기고는 마구 버리는 등 경기관람매너는 엉망"이라고 지적하고 "다가오는 U대회가 걱정"이라고 했다.

경기장 밖은 말 그대로 무법천지였다.

관람객들이 타고 온 자동차들로 이중주차는 물론이고 인도까지 불법주차로 메워져 보행자 통행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8년째 경비 업무를 맡고 있다는 김기철(36)씨는 "시민들이 차 댈 곳이 없는 줄 뻔히 알면서도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안타까워 했다.

같은 날 저녁 8시쯤 칠성시장에서도 질서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도로까지 침범한 포장마차들. '장어골목'이라 불리는 일대는 인도는 물론 양방향 3개 차로 중 2개가 포장마차에 점령돼 있었다.

주민들은 단속원들이 퇴근한 뒤인 저녁 이후엔 상황이 더 악화된다고 했다.

이민우(23.대구 칠성1가)씨는 "인도 통행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불법주차로 교차로까지 막혀 자연히 무단 횡단하거나 차로로 다닐 수밖에 없다"며 보행자 안전조차 위협받고 있다고 했다.

인근 동인당약국 신향숙(47)씨는 "불법주차라 단속이 안된다면 주차장을 별도로 만드는 등 당국의 개선책이 제시돼야 한다"고 답답해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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