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특검연장 거부 결정 배경

입력 2003-06-23 11:52:56

노무현 대통령이 대북의혹 송금특검팀의 수사연장 요청을 거부한 것은 대북송금의혹사건에 대한 국민여론과 특검수사연장을 반대하고 있는 민주당과 호남 민심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노 대통령은 특검을 계속 진행하다가는 남북관계의 훼손은 물론 국론이 갈라지는 등 국정이 더 이상 발목잡혀서는 안된다는 판단에서 연장불가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노 대통령은 23일 오전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특검기한 연장에 대해서 말씀드리겠다"며 연장요청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노 대통령은 "대북송금의혹사건에 대해서는 거의 수사가 완결된 상태에서 150억원 수수의혹이 새롭게 불거졌다"면서 "대북송금의혹사건과 150억 의혹은 법률적, 정치적으로 별개의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특검이 본래의 목적을 거의 달성한 이상, 수사연장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노 대통령은 '두 개의 사건이 별개'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주말 송두환 특검을 청와대로 불러 특검연장신청이유를 보고받으면서 사실상 연장요청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굳혔다.

특히 송 특검이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계획을 검토하지않고 있다는 입장을 전달받자 정치적인 부담도 털어버렸다.

즉 특검연장을 수용할 경우 김 전 대통이나 호남지역 등 지지층의 반발강도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 명분을 찾은데다, 거부하더라도 야당측이 주장하는 '김 전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피하기 위한 정치적 결정'이라는 비난도 피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또한 노 대통령은 이날 송 특검이 대북송금의혹사건에 대해서는 수사가 거의 마무리됐다고 하자 "150억원 사건을 특검이 수사하는 것이 과연 효율적인가"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특검연장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들렸다.

청와대내에서 대표적인 법리론자인 문재인 수석도 "특검이 연장하려고 하는 수사는 150억원에 관한 수사라고 밝혀온 셈"이라면서 "그러나 특검이 하다만 상태에서 종결되고 그 때 가서 다시 검찰에 넘어가는 것도 예상할 수 있다"면서 특검연장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특검연장에 대한 민주당과 호남지역정서 등 지지세력들의 강력한 반대때문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기본적으로 특검법 수용 당시와는 상황이 다른데다 이미 특검법공포로 한나라당의 주장을 한차례 수용했기 때문에 특검수사가 마무리단계에 있는 현 상황에서 수사연장여부는 지엽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특히 박 전실장을 구속한 마당에 특검수사를 더 진전시킬 경우, 김 전대통령에 대한 조사로 확대시킨다면 남북관계의 악화는 물론 내년 총선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정치적 판단을 도외시할 수 없었다는 지적이다.

노 대통령은 특검수사연장불가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을 의식, 대북송금의혹사건과 150억원 의혹은 별개의 사건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면서 150억원 의혹을 한 점 의혹없이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면서 대국민설득에 나섰다.

한나라당의 반발에 대해서는 "국회는 국민을 위한 기구이지 정쟁의 장소가 아니다"면서 정공법으로 맞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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