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16일 현판식을 갖고 70일 수사일정의 닻을 올린 송두환 특검팀은 수사초기부터 부당대출 및 불법송금 관련자에 대한 압수수색 및 점층식 줄소환을 통해 숨가쁜 수사일정을 소화해 왔다.
특검팀은 수사를 통해 '북송금' 과정의 전모를 밝히고 송금성격 규명작업도 대부분 마무리했지만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특검수사 연장이 거부돼 150억원 비자금과 감사원 및 금감원의 책임에 대한 수사는 미진한 상태로 끝내게 됐다.
▨수사첫달-'점층식' 줄소환=특검팀은 지난 4월17일 현대상선과 현대건설 11개 계좌에 대한 추적작업과 함께 박상배 전 산업은행 총재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수사의 신호탄을 쐈다.
이후 정철조 전 산업은행 부총재와 오규원 전 영업1본부장 소환을 시작으로 엄낙용 전 총재와 박상배 전 부총재를 소환한 뒤 이근영 전 총재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산은관계자에 대한 1차 조사를 매듭지었다.
이 과정에서 정철조 전 부총재는 "이근영 전 총재가 대출전 한광옥 전 비서실장과 통화는 했다고 하더라"고 말해 파장이 일었지만 당사자들은 "통화사실이 없다"며 부인으로 일관했다.
지난 5월2일 소환됐던 백성기 외환은행 전 외환사업부장은 "북송금 수표에 현대직원이 아닌 국정원 직원이 배서한 사실을 감사원 보고시 통보했다"고 말해 감사원의 은폐의혹이 도마위에 오르기도 했다.
'청와대 외압설'의 진원이 됐던 김충식 전 현대상선 사장은 5월7일 미국에서 전격 귀국, 특검에서 밤샘조사를 받았으나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 등 현대 전.현직 임원들과 동일한 변호인을 선임해 이들 사이에 '입맞추기'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같은 의혹은 이후 김재수 전 현대 구조본부장 소환이 취소되고 정몽헌 회장소환이 연기되면서 증폭됐다.
임동원 전 국정원장 조사시에는 이례적으로 송 특검이 직접 임 전원장과 면담하고 수사취지를 설명, 강력한 수사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둘째달-사법처리 강행=이처럼 수사초기 한달간 점층식 소환조사를 벌인 특검팀은 수사 두달째로 접어들면서 사법처리 칼날을 들이대며 '압박식 조사'로 전략변화를 시도했다.
특검팀은 이근영 전 산은총재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로 구속하고 당시 부당 대출에 관련된 박상배.엄낙용.김충식씨 등과 수차례에 걸쳐 대질조사를 벌였다.
이근영씨에 이어 불법대출을 지시한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됐으며 이 전 수석은 "내가 십자가를 지겠다"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 같은 사법처리 강행에 대해 정치권이 특검을 향해 '사법테러'라는 등 강도높은 비난을 쏟아내자 특검은 "사법처리 최소화라는 원칙은 지키되 외부 이야기에 영향받지 않겠다"며 "정치권은 특검법 개폐 등 자신들에게 주어진 권한을 행사해야 할것"이라고 말해 수사권 수호 의지를 보였다.
특검팀은 이어 불법송금에 개입한 김윤규 사장과 최규백 전 국정원 기조실장을 외국환거래법 위반 및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이근영.박상배씨는 현대에 5천500억원의 부당대출을 해준 혐의가 인정돼 특경가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로 구속 및 불구속 기소했다.
한편 5억달러 북송금 경위를 대부분 파악한 자금추적팀은 이 무렵 현대건설이 15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해 사채업자 등을 통해 돈세탁한 사실을 밝혀내 정치권 유입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6.15 3주년과 박지원씨 소환=특검팀은 6.15 3주년을 맞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이 있은 다음날 박지원 전 문화부장관을 소환했다.
특검팀은 박 전장관을 전몽헌 회장 및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과 함께 3자 대질조사를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현대 비자금 150억원을 두고 박지원 전 장관과 이익치 전 회장의 진술이 어긋나 박 전 장관을 직권남용 및 특가법상 뇌물수수혐의로 전격구속했다.
김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박 전 장관을 구속한 특검팀은 경제참모인 이기호 전수석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처럼 숨가쁜 수사일정을 달려온 특검팀은 지난 20일 청와대에 수사기간 연장을 신청하고 송특검이 직접 청와대를 방문해 연장 필요성을 설명했지만 결국 노무현대통령에 의해 연장이 거부돼 70일간의 수사일정을 종료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