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팀플레이 돋보였다.

입력 2003-06-21 15:43:29

20일 대구삼성과 인천SK의 경기는 여러 모로 인상 깊었다.

앞서가면 좀체 역전을 허용 않는 선두 SK의 단단함을 삼성이 통쾌하게 깨는가 싶다가 SK가 다시 대역전, 삼성에 뼈아픈 패배를 안겼다.

8회말 6실점한 후에 9회초 6득점한 SK의 괴력에 삼성은 망연자실, 침묵에 빠졌다.

패배를 당한 가운데 이승엽은 5경기 만에 통산 299호 홈런을 날려 세계 최연소 개인통산 300호 홈런에 1개 차로 다가섰다.

연타석 홈런을 날린 진갑용과 함께 이승엽의 플레이는 인상적이었다.

개인 기록에 욕심 낼 만도 하건만 그는 팀의 승리를 위해 더 노력했다.

이승엽은 묵직한 공을 던지는 SK 선발 채병용이 정면 승부를 걸어오자 첫 타석에서 유격수 플라이, 두번째 타석에서 우전 안타를 날렸다.

팀이 5대1로 뒤지던 6회초 선두 타자로 나선 이승엽은 채병용의 초구에 몸을 맞아 1루로 걸어나갔다.

관중석에선 '나쁜 공'을 던진 채병용에 대해 야유와 실망스런 반응을 나타냈으나 이승엽은 담담히 걸어나갔다.

이 공은 이승엽이 충분히 피할 수 있었으나 이승엽이 몸만 돌리고 발을 빼지 않아 팀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 진루하기 위해 일부러 맞았다고 할 수 있다.

네번째 타석에서 스트레이트 볼넷을 얻은 이승엽은 발빠른 동료 박한이가 3루 주자로 있자 거의 시도하지 않는 2루 도루를 감행했다.

이승엽의 예기치 않은 도루에 허를 찔린 SK 포수 박경완이 허둥대며 공을 던졌으나 세이프되고 이 사이 박한이가 홈에 도루, 득점을 올렸다.

이승엽과 박한이의 재치가 명포수 박경완을 농락하는 순간이었다.

마지막 타석에서 이승엽은 팬들이 고대하던 홈런을 마침내 쏘아올렸다.

SK 좌완 김태한의 밋밋한 116km 커브를 부드럽게 받아치자 공은 까마득히 검은 밤하늘 위로 솟아올라 고공비행하더니 야구장 밖으로 날아갔다.

그러나 팀이 10대5로 이기다 11대10으로 역전패하자 경기 후 이승엽은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믿을 수 없는 재역전패에 충격을 받은 게 분명했다.

항상 예의바르게 인터뷰에 응하던 이승엽은 '인터뷰할 기분이 아니니 이해해달라'는 뜻을 기다리던 기자들에게 전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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