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銀 노조 총파업...업무 지연·중단

입력 2003-06-18 11:48:35

'매각' 노-정협상 결렬...인접노조 파급우려

조흥은행 노동조합이 전격적으로 18일 오전 9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은행은 전국 477개 점포에 비상인력을 투입, 점포를 운영하고 있으나 창구 입.출금시간이 평소보다 길어지고 대출, 외환, 신용카드 업무 등이 중단됨에 따라 개인.기업고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한국노총이 조흥은행 파업이 당초보다 일주일 앞당겨짐에 따라 오는 30일로 예정됐던 다른 은행 파업을 20일 전후로 앞당기는 방침을 강구중이어서 조흥은행 매각을 둘러싼 노.정간 마찰이 일파만파로 확산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남순 한국노총 위원장과 이용득 금융산업노조 위원장, 허흥진 조흥은행 노조위원장은 18일 오전 9시 서울 광교 조흥은행 본점 주차장에서 조흥은행 노조원 5천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총파업 강행을 공식 선언했다.

조흥은행 노조 관계자는 "어제 저녁부터 오늘 새벽까지 여러 경로로 정부측과 협상을 벌였지만 정부의 태도 변화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현 상황에서 우리가 선택할 카드는 총파업 뿐이었다"고 밝혔다. 홍석주 조흥은행장은 정부측 입장을 대신해 허 위원장과 이날 오전까지 철야 협상을 벌였으나 견해 차이를 좁히는데 실패, 노.정간 협상이 결렬됐다.

조흥은행 노조가 전면 파업에 돌입함에 따라 전산인력 및 대체인력 부족으로 은행 영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전산시스템에 문제가 생길 경우 은행권 전체의 영업 차질까지 우려되고 있다.

은행측은 비상 대책을 가동, 필수요원 2천명과 함께 계약직과 퇴직 직원들을 중심으로 400명의 대체 인력을 확보해 점포에 투입했다고 밝혔다. 대구.경북지역 22개 조흥은행 지점에는 비노조원을 중심으로 점포마다 4~5명의 인력이 배치돼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지점마다 근무하는 직원이 평소의 절반에 불과, 창구를 통한 입.출금이 두 배 이상 지연되는데다 대출, 외환, 신용카드 등의 업무는 담당 직원이 파업에 참가, 자리를 비워 업무가 중단된 상태다. 은행전산망은 이날 오전 정상 가동돼 자동화기기를 통한 은행 업무는 평소처럼 이뤄지고 있다. 은행은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전국 70여개의 거점 점포만 운영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노조의 이번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규정, 강경 대응한다는 방침을 천명한 상황이어서 노.정간 물리적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노조원들은 17일 오후 6시부터 서울 광교 조흥은행 본점에 집결하기 시작해 4천여명이 철야 농성을 벌였으며 지방 노조원 2천여명도 18일 오전 6시쯤부터 본점에 속속 도착했다. 대구.경북에서는 노조원 200여명이 서울 조흥은행 본점에서 벌어진 총파업 결행행사에 참가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 처리지연·일부 업무중단...고객불편 극심

조흥은행 노동조합이 총파업에 들어간 18일. 대구.경북 조흥은행 22개 지점에서는 창구 출납업무 처리시간이 평소보다 늦어지거나 대출, 외환 등 일부 업무가 중단돼 은행을 찾은 고객들이 큰 혼란과 불편을 겪었다. 특히 일부 고객은 고객을 '볼모'로 한 파업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며 노조.정부에 대해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이날 오전 10시쯤 대구시 중구 조흥은행 대구지점. 직원 20명 중 상당수가 파업에 참여하는 바람에 곳곳이 빈자리였으며, 근무하는 직원은 10명에 불과했다. 온라인창구에서는 수명의 직원들이 출납 업무를 처리했으나 대출, 외환, 신용카드, 수.출입 업무는 중단된 상태였다. 은행 한 직원은 "단순한 입.출금 업무는 그런대로 처리하고 있으나 전문성을 요하는 외환 업무 등은 담당 직원들이 파업에 참가하는 바람에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 은행 전산망은 정상 가동돼 CD기 등 자동화가기를 통한 업무는 평소처럼 이뤄졌다.

이날 오전 외국에 있는 사위를 대신해 돈을 찾기 위해 대구지점을 방문한 고객 이세민(64)씨는 "평소에는 고객상담실에서 업무를 처리하는데 5분 정도 걸렸는데 오늘은 30분이나 걸렸다"고 말했다. 이씨는 "어떤 이유로든 고객을 볼모로 한 파업은 곤란하다"며 "노.정간 다툼에 은행 고객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조흥은행의 평생고객이라는 한 40대 고객은 "은행이 파업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고 혹시 예금한 돈을 장기간 찾지 못할 것 같아 돈을 찾으러 나왔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대구시 달서구 조흥은행 성서지점. 역시 20여명의 직원 중 9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온라인 창구에는 고객 10여명이 대기하고 있었는데 평소보다 업무처리시간이 두 배 이상 걸린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고객 조모(33)씨는 "불안한 마음에 조흥은행에서 돈을 찾아 다른 은행에 입금하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고 밝혔다. 처리시간이 평소보다 길어지자 일부 고객들은 "도대체 무슨 일이냐"며 직원들에게 문의하기도 했다.

조흥은행 대구.경북지역 노조원 200여명은 파업에 동참, 18일 오전 서울에서 열린 총파업 선언식에 참가했다. 이에 따라 22개 지점에는 지점장 등 비노조원들이 적게는 4, 5명 많게는 10명정도씩 근무하고 있는데 이는 평소의 절반에 불과한 수준이다. 22개 지점 가운데 문을 열지 않은 점포는 없다고 조흥은행 대구본부는 밝혔다.

한편 조흥은행 대구지방법원출장소 직원들은 평소처럼 근무를 하고 있어 법원금고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조흥은행 고객 이모(38)씨는 "은행이 파업에 들어가 고객들의 불편과 피해가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화물연대 파업 후유증이 채 가시지 않은 우리 경제에 또다시 상처를 안겨주고,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의 하락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조문호기자 news119@imaeil.com

◈은행파업 일지

▨1990년대 이후 은행파업 일지

△1991.6.4-금융노련 소속 22개은행 정시출퇴근 준법투쟁(임금관련)

△1991.11.4-33개 금융기관노조 태업(임금관련)

*시간외 근무 거부선언

△1997.1.14~15-금융노련 준법투쟁(임금관련)

△1998.9.29-조흥 등 9개은행 총파업 결의(감원·합병관련)

*9개 은행노사 9천명 감원합의로 총파업 철회

△2000.7.11-조흥 외환 등 9개은행 부분파업(구조조정관련)

*합병시 감원최소화 노사정 합의로 하루만에 파업철회

△ 2000.12.22-국민.주택.평화 등 6개은행 노조파업(감원·합병관련)

*부분파업 8일만에 금융노조 파업철회

조흥은행 전산망 '다운' 우려에 촉각

노동계 연쇄파업 앞당겨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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