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말없는 소수

입력 2003-06-18 11:55:45

문민의 정부와 국민의 정부를 지나 참여정부까지 온 지금 시민단체 활성화는 새로운 신조어를 만들어 내고 있다.

'말없는 소수'가 바로 그것이다.

관 주도의 성장운동에서 민중주도의 시대를 맞으며 모두가 다양한 직능이익단체에 가입해 제 각각 한마디씩 하는 사회가 되었다.

'말없는 다수'였던 사회가 '말없는 소수'로 변하고 있고 모든 직능전문인들이 자신들의 이익추구에 온 나라가 수천 수만 단체로 나뉘어 으르렁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말없는 소수는 이제 진정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조차 못한 채 점점 더 소외되고 있다.

곳곳에서 벌어지는 파업, 데모는 시민들의 갈 길을 막으며 진압경찰력투입을 부르고 내 세금이 제때 제 곳에 쓰이지 못한 채 낭비되고 있다.

이익단체의 목소리는 단지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호주 코클리어 인공와우(달팽이관) 제조업체는 아예 안티 코클리어 사이트를 열어놓고 이익집단의 방해공작을 낱낱이 고발하고 있다.

적극적인 방어인 셈이다.

서구에서도 농아를 지키기 위해 청각장애인에게 인공와우 수술을 반대하고 있는데, 첨단기술 발달로 인공와우가 모든 청각장애인을 정상인으로 만들면 농아숫자가 줄어 예산삭감과 세력약화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울산 메아리학교 박무식교장선생은 코클리어 시술을 해주기위해 노력하나 관련단체등에서 반대의사를 표명하여 활발한 활동을 펼치지 못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조국에 돌아와 버려지는 아동 무료가정위탁을 시작한 지 9년째, 갖가지 험상궂은 일을 많이도 겪었다.

남의 아이 키워주는 일을 국민 99.99%는 미담이야기로 혹은 이타적 행동으로 보지만 몇몇 경쟁집단들에게는 또 다른 모습으로 비쳐지는 모양이다.

그러나 영국에서는 1903년부터 아이는 가정에서 키워야 한다며 고아원을 직종 전환하기 시작했다.

유럽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존엄성, 인권을 위해 가정위탁법에는 한 부부가 키울 수 있는 아동을 친자녀포함 5명, 미국은 6명으로 제한하고 있고, 호주 등지에서는 이미 장애인시설까지도 9명 이하의 소규모단위로 바꾸어 대규모시설수용을 인권침해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지금 누가 나서지 않으면 또 100년이 흐르게 된다.

직능이익단체를 담당하는 청와대 한 비서관은 '자원봉사포럼' 발표자로 등장하여 대한민국 국민들 중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직능이익단체에 가입, 자신들의 주장을 위해 무력관철을 시도하며 사회분열 사회반목으로 가고 있는 현실에 대해 대안을 제시했다.

앞으로 '직능이익단체'라고 명명하지 말고 '직능봉사단체'라고 불러주어, 명실상부하게 직능단체가 사회로부터 얻은 이익을 봉사활동을 통해 사회에 환원하도록 지도해나가는 방법을 제시했다.

이익단체를 위한 파업전문가가 자리잡은 이 시대에, 직능봉사단체가 국민을 위해 어떤 봉사활동을 할지 국민여론조사를 통해 호응도를 분석, 국민들의 켄센서스를 얻는 것이 오히려 더 호응을 얻는 시대가 도래했다.

국민들은 사회환원의 목소리가 높은 집단부터 국민선호직종, 국민선호이익단체로 점수를 매겨 고점수 단체에 더 많은 이익을 주는 거꾸로 가는 정책이 필요한 때 아닌가? 이리하여 몸에 피가 돌 듯 분배의 정의도 따라오고, 전략 홍보전술이 가미된 기분 좋은 이익단체들의 목소리를 통해 국민의료비용절감, 국민행복지수 상승, 국가불만세력감소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길거리가 개개인의 이익 관철이 아니라 사회환원의 목소리로 채워질 그날을 기대해 본다.

박영숙〈호주대사관 문화공보실장〉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