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프팅

입력 2003-06-18 09:47:17

천천히 나아가는 보트 앞쪽으로 하얀 물거품이 인다.

군데군데 큰 바위도 솟아있다.

보트에는 순간 긴장감에 감돈다.

"양현 앞으로". 래프팅 가이드의 구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보트는 급류에 휘말려 뒤집힐 듯 요동친다.

크게 일어난 물보라는 시야까지 가로막는다.

같은 배를 타면서 '하나'가 된 탑승자들이 사력을 다해 노를 젓는다.

보트가 허공으로 치솟았다 떨어질 때마다 물의 표면장력이 엉덩이에 전해진다.

그 충격은 척추를 타고 머리까지 오르면서 짜릿함으로 변한다.

급한 물살을 헤치고 나오면 모두 '물에 빠진 생쥐' 꼴이다.

하지만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배를 타고 급류를 헤쳐나가는 스릴을 즐기는 래프팅. 더위를 식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협동심과 도전정신을 키울 수 있는 여름철 대표적인 레포츠다.

래프팅의 가장 큰 묘미는 뭐니뭐니해도 배에 탄 사람이 '운명공동체'가 돼 급류를 헤쳐나오면서 느끼는 스릴. 하지만 물살이 약한 곳이라고 재미가 없는 것이 아니다.

동승한 가이드가 마음 약한 사람은 '혼이 빠질' 정도로 갖가지 물놀이를 시도하기 때문이다.

팀을 갈라 뱃전에 서서 널뛰기하듯 배를 좌우로 뒤흔드는 '롤링', 탑승자들이 모두 배 뒤쪽에 모여서서 보트 앞쪽을 높이 들어올리는 '바이킹' 등의 게임 등은 급류를 타는 것만큼 스릴 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게임을 하면 자의반 타의반으로 보트 밖으로 나가 떨어진다.

"하나 둘"-"셋넷", "돼지"-"꿀꿀", "쭉쭉"-"빵빵", …. 가이드가 선창하는 구호에 알맞은 후렴구를 붙이면서 계속 노를 젓다보면 쉴 새 없이 힘을 써야 하는 '배 젓는 노예'의 기분도 알 수 있고, 가이드에게 '찍혀' 어쩔 수 없이 혼자서 라이브쇼를 하는 '가수'나 물 속으로 투신하는 '심청'가 된 다른 사람을 보는 재미도 적지 않다.

다른 보트가 옆으로 다가오면 어느 배에서 먼저 시작했는지 모르는 물싸움이 시작된다.

이때는 같은 배에 탄 사람만이 아군이고 나머지는 모두 적군이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나서 사력을 다해 싸운다.

하지만 이 싸움이 뭍에서의 패싸움으로 연장되는 일은 결코 없다.

탑승자 대부분이 한번씩은 강에 빠지거나, 물에 빠지지 않더라도 흠뻑 젓게 되는 래프팅. 위험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보트 탑승 전 구명조끼와 헬멧을 착용하는 데다 게임은 물살이 완만한 곳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생각보다는 안전하다.

일부러 뒤집지 않는다면 보트가 뒤집히는 일은 거의 없다.

안전요원들이 진행하는 게임 종류 및 정도도 탑승자들에 따라 달라진다.

대구·경북민들이 당일치기로 래프팅을 즐길 수 있는 곳은 대개 3, 4곳 정도. 강원도 영월 동강과 남한강 상류, 경북 봉화 이나리강, 경남 산청의 경호강 등이 있다.

풍부한 수량에 물살도 완만

▲영월 동강

국내 대표적인 래프팅 명소로 수량이 가장 풍부하다.

10여군데 물살 빠른 여울이 있기는 하지만 모험을 즐기는 이들에겐 성에 차지 않는다.

그런 만큼 어린 아이가 있는 가족이 함께 래프팅을 즐기기에 적합한 곳이다.

강 양쪽으로 산이 솟아 있기 때문에 래프팅을 하지 않고는 결코 접할 수 없는, 꼭꼭 숨어 있는 비경이 많다.

쪼그리고 앉아있는 두꺼비를 꼭 닮은 강 복판의 두꺼비바위도 그 중 하나. 조금 더 내려가면 상·중·하선암 등 기기묘묘하게 생긴 바위들이 잇따라 서 있는 어라연(魚羅淵)이 나온다.

어라연은 동강에서 가장 경관이 빼어난 곳이다.

상선암 맞은편 절벽에는 한 스님이 절 인근에 사는 이무기를 장풍으로 죽일 때 생겼다는 큰 손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다.

수달이 숨어있음직한 크고 작은 천연동굴도 연이어 나타난다.

레프팅 코스는 2~3시간·3~4시간, 6~8시간짜리 등 3개. 가장 짧은 코스 비용은 일반 2만5천원, 어린이 2만2천원이다.

60여개 업체가 성업중이다.

중앙고속도로 제천IC에서 빠져 영월군청 소재지를 지난 뒤 영월대교를 건너자마자 좌회전해 제방길로 접어들면 어라연 이정표가 나온다.

높이 70m의 바위 2개가 서강(西江)에 우뚝 솟아있는 선돌전망대와 조선 단종 유배지인 청령포, 단종의 묘가 있는 장릉, 책박물관(033-372-1713)과 곤충박물관(033-374-5888), 별마로영월천문대(033-374-7460) 등이 인근에 있다.

풍호리~관창리 코스 인기

▲봉화 이나리강

경북 유일의 래프팅 장소로 2년전부터 래프팅이 이뤄지고 있다.

이나리강은 봉화 청량산 주변 낙동강의 별칭. 래프팅 출발지는 명호면 명호유원지 바로 밑. 물의 흐름이 다양해 다이내믹한 래프팅을 즐길 수 있다.

코스 중간에 있는 높이 3m 정도의 절벽 위에서는 다이빙도 가능하다.

코스는 거리에 따라 A, B, C 3개로 구분된다.

가장 참가자가 많은 코스는 풍호리, 백룡담(약수터)을 거쳐 관창리에 이르는 6㎞ 구간으로 3시간 정도 소요된다.

비용은 성인 3만원, 어린이 2만5천원. 중앙고속도로 남안동IC에서 내려 안동시내를 거쳐 도산서원, 청량산 방면으로 가면 된다.

바로 인근에 청량산이 있다.

지리산 봉우리들 한눈에

▲산청 경호강

대구 남부 지방에 단 하나뿐인 래프팅 명소로 자동차로 1시간40분이면 도착 가능하다.

물살도 다소 빠른 편. 사행천이라 수량의 변화가 심하므로 물이 불어나는 장마철이나 비가 온 직후에 찾는 것이 좋다.

래프팅 도중 운무 속에 숨어 있는 지리산 봉우리들을 볼 수 있다.

20여개 업체가 성업중이며 3시간짜리 코스는 성인 3만원이다.

▲래프팅 떠나기 전에 명심할 점

물에 빠지지 않더라도 옷이 완전히 젖게 되므로 갈아입을 옷을 준비해야 한다.

자신의 몸매나 속옷을 남에게 보이지 않으려면 될 수 있는 한 두껍고 짙은 색의 옷을 입는 것이 좋다.

물에 빠졌다고 절대 당황해서는 안된다.

몸에 힘을 뺀 상태에서 하늘을 보고 누워 다리를 드는 자세를 취한다.

가능한 한 다리가 하류쪽을 향하도록 하면서 구조를 기다리거나 적당한 곳에서 물 밖으로 빠져 나온다.

글·사진 송회선기자 song@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