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하는 오후

입력 2003-06-18 09:47:17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이문재 '농담'

아름다움이나 그윽한 풍경을 보고 마냥 즐거운 사람은 행복하다.

그는 모든 것을 사랑과 결부시킬 줄 아는 천성의 소유자다.

그렇지 않은 경우 진한 외로움을 모르거나 스스로 강한 체할 뿐이다.

그리움의 종소리가 그녀까지 가기 위해선 고독은 염산 속에 오래 담겨 있어야 하고 더 아파야 한다.

시 제목이 '농담'이지만 오히려 더 진지한 표정을 지니게 한다.

권기호(시인·전 경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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