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이 자주 거론된다.
'지방'이란 말은 오랫동안 중앙에 예속된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지역에 터전을 둔 사람들이 서울로의 해바라기 사고방식을 지양하고 우리가 중심이 되어 살아가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방도 서울도 하나의 지역으로서의 대등한 위치를 가져야 한다는 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지방에서 출판활동을 영위하기란 무척 어렵다.
우수한 필진과 책을 사줄 독자가 확보되어야 한다.
출판시장이나 도서의 유통, 정보의 통로로서의 사회적 인프라는 모두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지방에서 책을 만들더라도 도서의 80% 이상은 서울에서 팔아야 한다.
황금시장을 두고 원정경기를 펼쳐야 하는 지방 출판사로서는 영업비용, 물류비, 통신비, 현지 사무소 유지 운영 등 재정부담이 크다.
지역작가에 의한 지역성 짙은 책을 발간한다고 해봤자 시장이 좁아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렵다.
중앙필진을 구하여 서울 및 전국 시장을 겨냥한 책을 내놓아도 언론은 저자가 지역과 연고가 없으니 관심을 크게 두지 않는다.
그렇다고 서울 언론이 관심을 가질 리도 없다.
필자는 출판인으로서 우리 지역 언론의 보도관행이나 우리의 의식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할 때가 더러 있다.
출향문사들을 언급할 때 지역출신 작가 아무개까지는 애교로 볼 수 있다.
고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는 향토작가 아무개, 출판소식도 지역출판가란 수식어 아래 쥐꼬리만한 기사로 다룬다.
도대체 지역이나 향토란 수식어는 우대하겠다는 뜻인지, 서울에 비하여 별볼일 없다는 고정관념을 미리부터 심겠다는 의도인지 당혹스러울 때가 많다.
'국산 현대자동차' 가 아니듯 '향토작가 아무개' '지역출판사 ○○○'란 말은 적어도 우리끼리는 쓸 말이 아니다.
향토문학, 한국문학을 하는 작가가 따로 있는가? 소설가 박경리씨가 원주에 거주한다고 하여 원주 사람들이 향토작가 박경리로 일컫지는 않는다.
고장에 살고 있는 작가, 지역에서 출판활동을 하는 출판사들이라고 지방을 소재로 한 지역에서나 팔리는, 기댈 언덕이라곤 지역밖에 없다는 말처럼 여겨지기 쉽다.
이런 수식어를 붙여 보도하는 언론 보도는 독자나 시청자들에게 우리 지역에 연고를 두고 있으니 관심있게 보아달라는 주문일 것이다.
그런 의도대로라면 지면이나 보도시간을 늘려주어야 하리라.
시내 한 대형 서점에서 향토작가 코너를 만들었더니 발길은 분주했지만 매출로 연결되지 않아 이내 폐쇄했던 적이 있다.
향토나 지역이란 애정어린 말이 한 수 아래란 고정관념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필자만의 과민반응인가?
장호병(북랜드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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