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람들은 '부(富)'를 오복(五福) 가운데 하나로 여겼으며, '수(壽)' 다음으로 쳤다.
사람이 오래 사는 건 하늘의 뜻이며, '부'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므로 그보다는 한 단계 아래라는 가치관에서 비롯된 것 같다.
하지만 사람들이 선망하는 '부귀(富貴)'의 '귀(貴)'는 유감스럽게도 다섯 가지 복에 들어가지 않는다.
'귀'는 사사로이 혼자 잘사는 것이므로 그 반열에 들 수 없다고 '서경(書經)'은 풀이해주고 있다.
'부'도 여러 사람을 위해 착하게 쓰여질 때 '복'의 덕목을 지니게 된다고 옛사람들은 가르치고 있다.
▲옛날 중국의 재상들은 '부귀'를 함께 누린 적이 없다 한다.
'귀'하면 '부'를 내놔야 하고, '부'가 있으면 '귀'를 버려야 했다.
우리에게도 그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300여년간 '부'를 유지한 경주 최 부잣집 가훈 중엔 '벼슬을 진사 이상 하지 말라'고 한 까닭도 '왜'인가. 부자로 살려면 바람을 타기 십상인 고위 관직을 삼가야 한다는 경고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오늘의 세태는 '부'를 향해서는 가히 '막무가내'다.
▲신고를 통해 음주운전자를 적발하기 위해 도입된 시민신고제도가 경쟁 업소들간의 영업 전략에 악용돼 경찰이 골머리를 앓는 모양이다.
유흥가에서 걸려온 전화에 출동하면 동승자 음주 사례가 대부분인 음해성 신고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신고자들이 '오리발'을 내밀지만, 노출을 피하려 공중전화를 이용한 경우도 업소나 인근의 공중전화에서 걸려온 게 대다수여서 고약한 이웃사촌의 '딴지걸기식' 전화라는 얘기다.
▲요즘 이기주의 세태는 그야말로 '산첩첩 물중중'이다.
최근 서울의 일가족 보험사기단의 경우만 하더라도 그렇다.
아내나 친동생 등의 명의로 보험에 가입한 뒤 병원 사무장과 짜고 다친 것처럼 꾸며 22개 보험사로부터 48회에 걸쳐 2억6천여만원의 보험금을 타낸 '가족 사기단' 이야기는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이쯤 되면 해고당한 한 세일즈맨이 자신의 죽음으로 가족을 위해 보험금을 타낸다는 아서 밀러의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은 고전으로 만들고도 남는다.
▲'부'를 둘러싼 경이적이고 엽기적인 보험 사기나 직계 가족 살인 사건뿐 아니라 사회의 구석구석에는 '썩은 냄새'가 진동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면수심(人面獸心)의 극단적 이기주의 행태는 이제 위아래가 없을 지경이라면 지나친 과장일까. "제(齊)나라 경공(景公)이 말 4천필을 가졌으나 죽은 날 백성들이 부(富)를 덕(德)이라 칭찬하지 않았으며, 백이숙제는 수양산 아래에서 굶어 죽었으나 만민이 그 덕을 칭찬했다". '논어(論語)'의 고사에서 인용해본 말이다.
너무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늘어놨는지 모르겠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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