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여년 세월의 이끼가 기왓장마다 낀 고가옥을 무대로 집을 만들어 주고 지켜주는 성주신을 위한 한바탕 굿마당이 열렸다.
제비원 솔씨받아 동량으로 자란 소나무로 만든 도리기둥마다 서린 세월의 흔적을 '쟁그랑 쟁' 풍물장단과 가야금 선율, 해맑은 아이들의 노래로 지워내고 평화의 시 낭송과 현대무용으로 600년을 훌쩍 뛰어넘는 '2003 성주풀이' 공연이 마련된 것.
민예총 안동지부(지부장 임재해 교수)는 14일 오후 7시부터 안동시 예안면 오천 군자리 문화재단지 광산김씨 종택과 탁청정.침략정.후조당 등 고가옥을 무대로 '인간과 평화를 위한 예술축제판'을 주제로 다섯번째 성주풀이 행사를 가졌다.
이날 행사를 위해 민예총은 오후 2시부터 성주신의 본향으로 알려진 안동시 이천동 제비원석불상에서 성주고사풀이를 열었으며 안동지역 한옥을 대표하는 정자들이 운집한 이곳에서 현대인들의 평화를 기원하는 한판 신명난 성주고사굿을 열었다.
가족 등 200여명의 관람객들이 참가한 행사에서는 참넋과 살판이 평화비나리로 문을 열고 안동MBC어린이합창단 공연, 솔뫼무용단과 춤패 너울의 무용, 한미례씨의 가야금독주 및 국악실내악단 풍경의 합주, 인형극 등이 이어졌다.
특히 '전국의 건축물 중 오천 군자리 건축물이 가장 아름답다'고 극찬했던 유홍준 교수의 '한국 초상화 이야기'를 주제로 한 강연이 열려 문화현장에서 느끼는 예술과 인간의 감응이 이어졌다.
민예총의 성주풀이 공연은 지난 99년 4월 임동면 고천리 고래골 기와집에서 임동창씨와 쟁이골사람들 등이 참가해 새로운 장르의 공연으로 만든 이후 올해로 다섯번째를 맞았으며 한국인의 심성속에 자리한 제비원과 성주신을 통해 인간성 회복과 문화생명력을 불러일으키는 노력이다.
탁상현 사무국장은 "전쟁과 핵 등 평화를 위협하는 요소들이 곳곳에서 우리 삶을 옥죄고 있다"며 "이를 해방된 공간에서 풀이를 통해 하루라도 신명나는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공연을 기획했다"고 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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