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세상-땀 흘리는 경찰 모습 신선

입력 2003-06-14 10:28:34

며칠 전, 서쪽 하늘을 빨갛게 물들인 초여름 노을 아래 예천군 용궁면 34번 국도를 지나고 있을 때였다.

때이른 무더위 때문에 연일 방송에서 날씨 뉴스를 크게 다루고 있던 터라 자동차 안에 있던 나도 후덥지근한 날씨 탓에 '왜 앞 차들이 천천히 가나'하고 짜증이 나던 참이었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장면을 발견했다.

한 경찰관이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 노란색 페인트를 칠하고 있었다

그 경찰관은 체구가 그리 크지 않고 나이가 많아 보였다.

그는 2개 차로에 걸쳐 이미 칠해져 있는 사선모양의 흰색 페인트 사이로 부지런히 색을 칠해넣고 있던 것이었다.

그 경찰관은 오랫동안 페인트를 칠했는지 신발에는 페인트가 많이 묻어있고 얼굴은 벌겋게 탄 채로 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는 순간 나는 놀랐다.

나에게 경찰의 이미지는 선글라스 끼고 무인단속기를 멀찌감치 세워둔 채 경찰차에 타고 있는 모습, 국내 영화에 등장하여 능력발휘를 제대로 못하는 경찰의 이미지가 전부였으니 말이다.

마침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어 바쁘게 지나갔지만 그 경찰관의 모습은 내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나중에 텔레비전 저녁뉴스를 보니 내가 지나왔던 그 길에서 사람이 죽는 교통사고가 났기에 신호등도 새로 세우는 등 시설을 많이 고칠 계획이라고 했다.

그제서야 '아 그때 지나친 광경이 그거였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지나침이었지만 지금까지 본 경찰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기에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남는다.

윤형준(인터넷 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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