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한나라당 선거인단 논란

입력 2003-06-13 11:58:00

'업무태만인가 의도적 조작인가'.

한나라당 대표 선거인단의 연령분포를 놓고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의문이다.

당 선관위는 당초 20, 30대 5.24%, 50대 이상 77.1%라는 선거인단 연령분포를 발표했다가 실무작업과정에서 연령별 기준 연도 적용을 잘못했다며 20, 30대 22.8%, 50대 이상 43.9%로 정정했으나 이것이 당대표 선출규정을 정확히 지킨 것인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당 대표 선출규정은 도시지역은 만 45세, 농촌지역은 만 55세 이하가 선거인단의 50%가 되도록 한다고 되어있다.

그런데 이같은 비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 일부 경선주자들의 주장이다.

경선에 출마한 김형오 의원은 "내 지역구(부산 영도)의 45세 이하 당원수는 1천610명으로 지구당 추천 케이스 210명을 뺀 1천400명의 가용자원이 있는데도 중앙당 추천케이스는 배정된 210명의 40%인 161명에 그쳤다"며 선거인단 구성 과정과 전국 지구당별 연령분포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으나 당 선관위는 꿀먹은 벙어리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부산의 전 지구당 가운데 중앙당 추천 케이스에 45세 미만을 50%가 되도록 한 곳은 단 1곳도 없는 것으로 안다"며 "다른 곳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문제는 당의 대응이다.

선거인단 연령분포는 선거전략 수립이나 당의 정책 수립에 가장 기초적인 자료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와 관련된 통계는 아직 보지 못했다.

당 대표 경선을 계기로 이 문제가 부상됐으면 이를 정면으로 다루는 것이 원내 1당으로서 바람직한 모습일텐데 어찌된 일인지 당은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다른 경선주자들도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강재섭 의원측 관계자는 "경선이 얼마남지 않은 지금에 와서 이 같은 연령분포 결과를 내놓은 것이나 지구당별 연령분포를 내놓지 않고 있는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의도적인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다.

선거인단 연령분포를 둘러싼 이같은 문제 제기와 당의 미숙한 대응태도는 한나라당이 원내 제1당이라는 위상에 걸맞은 시스템을 아직 갖추지 못했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2부.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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