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하는 오후

입력 2003-06-12 09:59:33

립스틱은 총알이다

언제, 방아쇠를 당겨

심장을 관통할지 모른다

유혹의 치명적인 반란

당신은 떨며

방패를 높이 쳐든다

그럴수록 총알은

황금 우레가 지나듯

살 속에

격렬한 파열음을 낼지도 모른다

지금 내 총구는 뜨겁게 달아 있다

김세현 '립스틱, 혹은 총알'중

칼멘 환상곡의 시대적 변용이다.

장미 한 송이 입에 물고 격렬하게 움직이는 스페인 무희의 포즈가 있다.

이 여인은 호세를 찌르던 날카로운 비수 대신 뜨거운 립스틱의 총구를 겨누고 있다.

어쩔 줄 모르는 사나이들 앞에 주체할 수 없는 정열로 해답없는 삶의 파열음을 노리고 있다.

권기호(시인·경북대 명예교수)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