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 하는 오후

입력 2003-06-11 09:45:03

내 심장의 고동은

그대를 위해서만 울리고

한 자(字) 한 자가 그대에의 생각을 노래하고

한 음(音) 한 음이 곡조를 만들어

그대를 위해 불타고

한 자 한 획이 음악을 연주하고

넓은 공간을 채우며 울려가고

먼 전율과도 같이 나를 깨운다

황금의 현(弦)인가, 그 곡조인가

비할 데 없는 마성(魔性)의 생명인가

-K 마르크스 '예니 애기사에게'(석지현 역) 중

마르크스가 네 살 연상의 연인이었고 후에 아내가 된 예니에게 준 사랑의 시다.

젊었을 때 그는 '청년독일문학''시인동맹'에 가담하면서 몇 편의 시를 발표하였으나 큰 반응을 얻지 못했다.

'내 심장의 고동이 그대를 위해서만 울리고' 등의 아마추어적 표현 때문일 것이다.

그가 끝까지 문학에 정진하여 대문호가 되었더라면 '자본론'은 다른 사람에 의해 나왔을 것이고 역사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었을지 모른다.

권기호(시인·경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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