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타산지석

입력 2003-06-10 12:57:40

나라종금으로 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은 바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남 김홍일 의원이 돈받은 사실을 극구 부인하면서 그의 심정의 일단을 털어놨다.

그는 "죄가 있다면 노무현 대통령을 도운 죄밖에 없다"면서 지난 대선때 자신의 지역구인 전남 목포에서 전국최다득표를 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또 "내가 구속되면 아버지(DJ)가 쓰러지실지도 모른다"는 혼자말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의 이런 맥락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나는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했는데 나를 사법처리하려는 검찰의 '부당한 수사'를 노 대통령이 어떻게 좀 해주지 않는다'는 원망이 강하게 배어나오고 있다.

또 '아버지의 실신'을 들먹인 것은 아버지에 대한 불효를 자책하는 듯 보이기도 하지만 듣기에 따라선 노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도운 은공도 모르고 '배신'을 할 수 있느냐는 우회적 표현일수도 있다.

결국 정권 재창출로 DJ일가의 '안위'가 확실하게 보장될줄 알았는데 지금 돌아가는 여러 정황은 거꾸로 가고 있음을 김홍일 의원은 탓하고 있는 것이다.

▲대북송금 특검만 해도 우선 김 전 대통령이 재임막바지에 성명을 통해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을 박았지만 특검법은 국회를 통과, DJ를 점차 압박해 들어가고 있다.

특검이 DJ 최측근들의 사법처리에 이어 DJ에 대한 서면조사나 방문조사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그 뿐 아니라 민주당 동교동계가 특검의 부당성을 노 대통령에게 하소연하자 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을 훼손하지는 않는다'는 언급으로 DJ에 대한 예우를 시사했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게 될 것 같지가 않다.

▲현대의 대북 경협사업자금으로 5억달러를 북에 건넨 과정에서 처음엔 북에서 10억달러를 주지 않으면 '정상회담'을 하지않겠다고 하는 바람에 당초 2억달러가 5억달러로 흥정이 됐다는 보도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이 의미는 해석하기에 따라 5억달러가 정상회담의 대가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건 DJ 햇볕정책자체가 근간부터 퇴색되면서 '역사의 평가'조차 달라질 수도 있는 중요 변수가 된다.

▲어쨋든 특검의 결론은 아직 나지 않았지만 DJ는 지금 이리저리 편하지 못할 것 같다.

게다가 홍업.홍걸 두 아들은 DJ 재직때 구속됐고 장남 홍일씨 마저 사법처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IMF를 불렀다는 YS일가(一家)의 불행이 DJ로 이어지고 있다.

그야말로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다.

지금 여기저기서 봇물처럼 터지는 국정의 난맥상을 제때에 제대로 잡지 못하면 5년후도 장담못한다는 걸 '참여정부'에 일깨워 주는 교훈이 아닐까 싶다.

박창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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