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레저타운, 시민주주 권리 봉쇄 의혹

입력 2003-06-09 11:47:57

박인원 문경시장이 문경레저타운 조성을 앞세워 69억여원의 시민주금을 모금했으나 투기성 창투업계의 소위 '앞잡이' 주주관리 전담 회사를 내세우는 방식을 도입하면서 사업 주체에 대한 시민주주들의 기본 권리를 모금 당초부터 사실상 교묘하게 봉쇄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공모주 청약 과정에서 청약 주식의 성격과 주주권리 등에 대해서는 청약자들에게 일체의 설명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의도적으로 시민주주들의 권리를 사전 봉쇄해두겠다는 저의가 처음부터 있었지 않느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박 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문경 지역개발 사업은 산자부 산하 석탄산업합리화사업단 200억원, 강원랜드 150억원, 문경시로부터 150억원을 출자받고 시민 공모주 방식으로 100억원을 모금하는 등 모두 600억원의 자본금으로 문경레저타운(주) 회사를 설립, 사업추진체로 삼아 문경 지역 일원에 골프장과 콘도, 스키장을 건설한다는 것이 사업의 골자다.

그 동안 시민주 공모에서 문경레저타운(주)의 지역개발 사업 계획을 집중 홍보하며 시민들로 부터 주식 청약을 받았으나 정작 청약 회사 명의는 문경관광개발(주) 라는 별개의 회사를 내세워 공모에 참여한 2만여명의 시민들은 앞으로 개발사업 추진 주체인 문경레저타운(주)에는 주주로서의 기본권리를 전혀 행사할 수 없게 된 셈.

현행 상법상 주주의 기본권리는 보통주일 경우 주주총회에 참석해 중요 사안을 결정하는 의결권과 회사 회계장부 열람권, 회사에 대한 각종 소 청구권 등 경영진을 견제하는 권리가 부여 돼 있으나 이번 문경레저타운 조성 사업의 경우 주식 청약 명의가 달라 현재 상태로는 청약 명의 회사를 통해 문경레저타운 사업 실적에 따른 배당금과 주식가치 상승 등만 기대할수 있을 뿐 그저 막연한 상태다.

ㄱ창업컨설팅 상무 조모(35)씨 등 지역 창투업계 관계자는 "2만여 시민주주들의 주주권리 행사가 사업추진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해 청약 당시부터 주식관리 업체와 사업추진 업체를 분리, 별개로 둔 것 같다"고 분석하고 "개미군단 주주들의 권리를 사전 봉쇄하기 위해 '앞잡이'업체를 두는 방식은 위험성이 높은 투기성 창투회사의 전형적인 수법으로 지자체가 추진하는 공공개발 사업 공모주 방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문경관광개발(주)는 지난 1월 회사 설립 당시 20억원의 투자금을 모아 문경새재 입구에 부지 6천800여평(매입예정가 19억여원)을 매입해 유희시설 설치.운영 전문 업체에 임대하고 주변에 상가를 건립하겠다는 사업 계획을 세운 부동산 업체. 그러나 문경레저타운(주)에 100억원을 투자하기 위해 지금까지 시민주 공모 주체로 활동해 와 자체 사업보다 투자 규모가 더 큰 '배 보다 배꼽이 더 큰' 회사.

이에 대해 문경관광개발(주) 조충억(63) 사장은 10일 "공모주 청약 당시 주식 성격에 대해 특별한 설명이 없으면 일반적으로 보통주"라며 뒤늦게 주식 성격을 밝히고 "주식 청약자들이 문경레저타운(주)의 개발사업 내역을 보고 시민주 공모에 응했는지, 문경관광개발(주)의 사업을 보고 청약했는 지는 알아야 할 의무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문경.박동식 권동순 마경대기자

◈ 자본금 2억뿐 '실체' 없는 회사

박인원 문경시장이 지역최대 개발사업인 문경레저타운 조성에 필요한 민간자본을 시민주 형식으로 모집하다 무리를 빚으면서 공모회사인 문경관광개발(주)의 실체에 대한 시민들의 궁금증이 확산되고 있다.

문경관광개발(주)는 지난해부터 문경시청 지역개발기획단이 문경레저타운 조성사업을 추진해오면서 시민주를 공모하는 통로로 활용키 위해 설립한 회사로 알려져 있다.

이 회사를 통해 박 시장은 120억원의 시민주 공모를 목표로 범시민적인 참여운동을 벌이며 지난 4월까지 총 69억원의 청약고를 올린 상태에서 일단 공모를 마감했다. 하지만 대다수 시민들은 이 회사에 어떤 사람들이 관여하고, 어떤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회사의 재정능력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있다.

단지 공모된 시민주 20억원으로 문경새재 입구에 집단유희시설과 눈썰매장 등 관광단지를 조성하려는 회사라는 것과, 문경레저타운 민자부문에 시민주 100억원을 투자키로 한다는 정도를 설명회를 통해 알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 회사와 박인원 시장과는 어떤 관계이며, 이 회사의 실체는 무엇일까?.

지난 1997년 박 시장이 문경발전협의회장을 맡으면서 5명이 각 1억원씩 출자해 자본금 5억원의 (주)문경랜드라는 법인을 설립하고 문경새재공원내 집단유희시설 설치사업을 추진해온 사실이 있다.

당시 문경랜드는 이 시설부지내에 식당.상가를 지어 분양하고 이를통해 벌어들인 수익금으로 부지매입에 들어간 자금을 충당한다는 사업계획서를 경북도에 올려 사업승인을 신청했으나, 식당.상가 등 건물을 지을 수 없는 곳이라며 반려됐다.

이 때문에 이렇다할 사업진척도 없이 법인 자본금 감자를 통해 5천만원짜리 법인으로 최근까지 경북도에 문경지역유희시설설치사업자로 등록돼 있었다.

문제는 문경시민 2만여명이 70여억원을 투자하고 있는 문경관광개발(주)가 추진하고있는 문경랜드 조성사업이 지난 97년부터 박 시장이 주도했던 (주)문경랜드의 사업과 하나도 변한게 없다는 것.

사업부지(시유지)가 문경읍 상초리 문경새재 도립공원내 6천700여평의 위락시설부지라는 점이 같고, 관광유희시설 설치와 식당.상가시설을 운영하려는 사업내용 또한 달라진게 없다.

이 때문에 경북도로부터 새재공원내 사업부지는 식당.상가를 지을 수 없는 곳이고, 회전목마 등 유희시설 설치사업주와 함께 사업을 신청하라는 등 사업신청이 반려된 이유도 같다.

게다가 가장 심각한 것은 10명이 2천만원씩 출자한 자본금 2억원이 이 회사가 가진 전부라는 것. 부동산 등 자산도 전무하고 구체적 사업내용과 유희시설 설치사업을 희망하는 사업주 또한 전무한 상태에서 졸지에 시민 주머니에서 긁어모은 돈 69억원의 주인이 된 꼴.

2만여 문경시민들은 "레저타운 조성사업에 주주로 나서 줄 것"을 홍보해온 문경시에 대한 신뢰와 레저타운 조성에 대한 기대로 69억원을 청약했다. 그러나 결과는 사업성과 자산.자금력 등이 검증되지 않은 개인회사의 소액주주로 참여하는 꼴이 됐으며, 문경레저타운에 대한 어떤 권한과 참여도 불가능하게 됐다.

게다가 문경시와 박시장은 문경관광개발(주)와 시민주 사용 등 관리방안에 대한 약정서조차 마련하지 않아 회사측이 시민주 69억원을 어디에 쓰든 아무런 법적 제재를 할 수 없는 무방비 상태로 만들어버렸다.

결국 문경시민들은 지역개발 논리에 내몰려 경북도로 부터 사업신청이 반려되고 있는 사업계획조차 불투명하고 자본금 2억원이 재산의 전부인 특정 개인회사에 자신의 소중한 '희망과 기대와 꿈'을 던져버린 셈이다. 문경.박동식 권동순 엄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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