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가 안테나

입력 2003-06-09 11:59:06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26일 치러진다.

이번 전대에서는 지역별 대표에 해당하는 운영위원을 선출한다.

대구는 2명 경북은 3명을 뽑는다.

투표는 각 지구당에서 24일 실시하고 개표 결과는 25일 발표한다.

전대가 끝이 나면 곧바로 권한이 크게 강화된 원내총무와 정책위의장도 뽑는다.

지역에서도 내년 총선의 고지 선점 효과를 노려 대거 출마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의 출마변 등 면면을 살펴본다.

◇대구운영위원

2명의 지역대표를 뽑는 대구 운영위원 선거는 안택수 의원이 원내총무 출마로 방향을 틀며 도중하차함에 따라 3파전으로 좁혀졌다.

박승국, 백승홍, 이해봉 의원 등은 안 의원의 불출마가 자신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승국(북갑) 의원은 운영위원 선거에 e메일과 문자메시지 등 사이버 운동방식을 애용한다.

국회사이버정치연구회장을 맡고 있을 정도로 이 분야 전문가다.

이를 통해 자신의 최근 의정활동 성과와 활동계획 등을 수시로 전달하고 있다.

지하철 국가 공사화 문제와 경부고속철 대구구간 5.8㎞ 병행 지하화 문제가 단골메뉴다.

지하철 국가공사화는 지하철 참사 후 자신이 맨 먼저 제기한 이슈고 고속철 병행 지하화는 대구시의원 시절 제기했던 문제다.

그는 국회 예결위와 건설예산소위에서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운영위원이 될 경우 야당다운 야당을 만드는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민생현안을 챙기는데 집중하고 특히 표류하고 있는 지역현안을 해결해 대구 경제를 살리는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백승홍(중구) 의원은 이번 선거에 의욕이 남다르다.

그동안 제대로 된 당직을 맡아보지 않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지난 7년 간의 의정활동을 평가받겠다는 각오다.

그렇지만 백 의원의 현재 조건은 가장 불리하다.

우선 자신의 지역구인 중구 선거인단 수가 타 지역구와 비교가 안될 정도로 적다.

선거인단이 712명에 불과한 중구는 달서구(2천550명)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대구 일이라면 발벗고 나서는 자신에게 선거인단이 그리 박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하철 참사가 100여일을 지났지만 아직 희생자 대책위 등은 아쉬울 때면 백 의원을 찾을 정도다.

그는 "그동안 한나라당에 표를 준 지역민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는 시지부가 민생현장 깊숙이 들어가야 할 것"이라며 대구시지부장직에 의욕을 보였다.

▲이해봉(달서을) 의원은 운영위원을 꼭 경선 해 뽑아야 하느냐는 비판여론 속에서도 경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대세를 이루고 있는 정당 민주화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첫 단추부터 잘 끼워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여기에는 자신의 인지도와 지명도가 여타 후보들보다 높다는 자신감도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선거운동은 비교적 다른 후보에 비해 요란하지 않다.

간간이 선거인단에게 전화로 홍보하는 것이 고작이다.

최근 지구당 여성부장들을 불러 모아 지지를 당부한 것이 논란을 일으키자 지구당 방문은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그는 운영위원에 당선되면 당 집행기구인 상임운영위원 자리에 도전할 생각이다.

특히 재정위와 공천심사위에서 정치자금의 투명성과 국민 경선제 도입 등을 위해 앞장서겠다는 계획이다.

◇경북 운영위원

후보 등록일(11일)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정작 공식출마를 선언한 의원은 김일윤(경주).권오을(안동) 의원과 박성만(영주) 도의원밖에 없다.

여기에 이상득 의원이 가세하는 것으로 흐름이 정해졌다.

정창화 도지부장은 9일 낮 서울 여의도에서 오찬 자리를 마련했다.

최종 만남이다.

결국 인위적인 조정은 없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정 지부장은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된다는 이야기는 할 수 없다.

또 사람이 많으면 경선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원칙론을 고수했다.

▲이상득(포항 남.울릉) 의원은 운영위원 제도 도입이 결정됐을 때부터 출마 0순위였다.

그러나 이 의원은 선뜻 결정을 못했다는 표현이 더 옳다.

자신이 나서는 게 맞는지, 아니면 한발 비켜서는 게 옳은지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가장 좋기는 낮은 경쟁률에다 합의추대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었지만 경선 주장이 식지 않아 선뜻 출마선언을 하기도 어려웠다.

4선 중진이 초.재선들과 경쟁한다는 모양새도 행보를 더디게 만들었다.

게다가 같은 포항 출신의 이병석 의원의 출마설도 걸림돌이었다.

"동네서도 교통정리가 안되는데…"라는 지적이 듣기 싫어서였다.

두 사람 모두 자중지란으로 감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또 솔직히 1위 자리를 두고 벌이는 김일윤 의원과의 대결이 부담스럽다.

1위를 하지 못하면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김일윤(경주) 의원은 지난해 최고위원 경선에서 2천60표를 얻어 단 2표 차이로 하순봉 최고위원에게 자리를 내준 것이 못내 아쉽다.

"이번에는 반드시"라는 각오가 대단하다.

때문에 경선이든 합의 추대든 무조건 출마한다는 입장은 초지일관이다.

"경북에서 1등 해서 상임 운영위원에 도전하겠다"는 결의도 숨기지 않고 있다.

지난 4일 밝힌 출마의 변도 강경 일변도다.

"시대 흐름과 함께 호흡하지 못하고 국민의 소망을 읽지 못했던 자만과 오만, 행동하지 않는 말잔치, 비생산적인 충성경쟁 때문에 대선에서 패배했다"고 주장한다.

또 "그동안 앞에 나섰던 사람들은 뒤로 물러나고 새로운 사람이 앞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물교체를 요구한 것이다.

김 의원은 당의 화합과 변화에 대한 조정자, 경북의 대변자, 후배 정치인에 대한 든든한 후원자가 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권오을(안동) 의원은 대표적인 경선론자다.

경선이 화합을 해치고 결속을 깨는 것이 아니라 지역과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건강성도 길러준다는 소신에서다.

그는 지난달 28일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대구에서 출마 선언을 했다.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북지사 후보 경선 주장을 펼치다 지역 의원들의 '비협조'로 좌절을 맛본 그는 이번에 다시 정창화 지부장에게 줄기차게 경선 주장을 했다.

시대 변화와 국민들의 바람을 외면하고 환골탈태하지 않고서는 대선에서 두 번이나 패해 무기력증에 빠져 있는 한나라당의 미래는 어둡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그는 출마선언에서도 "대구.경북이 변해야 한나라당이 변할 수 있고 한나라당이 변해야 한국 정치가 변할 수 있다"면서 "지역 정서에 포위된 안이한 관점과 협소한 잣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총선에서 좌절을 맛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성만 경북도의원(영주2)은 "당이 국회의원이나 지구당위원장들의 전유물이 아닌데 도의원이라고 지역 대표 성격의 운영위원 선거에 나서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생각이다.

박찬종 전 의원의 비서관을 지낸 박 도의원은 박 전 의원이 "1표가 나오더라도 당의 변화를 위해 386답게 과감한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출마 권유를 한 것이 힘이 됐다.

9일 출마선언을 한 박 도의원 역시 자신의 행동이 기존의 정치 관행에서 많이 벗어나는 돌출적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물론 박 의원에게는 운영위원 경선이 목표가 아니다.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번 당내 경선 출마도 지명도를 높이고 정치적 위상을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원내총무

▲안택수(대구 북을) 의원은 운영위원과 원내총무직 등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생각이었으나 결국 총무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운영위원 도전 당시 그는 간접 선거를 강력히 원했다.

"기껏 해봐야 8개월짜리 운영위원인데 의원들끼리 싸울 게 뭐냐"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그의 원내총무 도전은 이번이 네 번째다.

지난해 선거에서는 5표 차로 아깝게 2위에 그쳤다.

총무직에 집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안 의원이 운영위원 선거를 포기하고 총무로 돌아서면서 우군도 한 명 얻었다.

함께 북구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운영위원 경쟁자로 나섰던 박승국 의원이 안 의원을 돕겠다고 나선 것이다.

안 의원은 당헌 개정으로 권한이 지금의 최고위원급에 버금갈 정도로 대폭 강화된 총무 경선 때문에 당분간은 서울에서 세 규합에 나설 예정이다.

▲임인배(김천) 의원은 참여정부의 국정 운영 혼선과 민주당의 신당 창당론을 둘러싼 혼란에도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것은 한나라당이 아직 변화와 개혁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제대로 읽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그래서 생각.사람.시스템도 확 바꾸는 등 당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임 의원은 소속 국회의원에게 군림하는 원내총무가 아니라 섬기는 총무, 진정한 심부름꾼임을 자처한다.

또 보수와 개혁, 노.장.청이 맞물려 있는 복잡한 한나라당의 화합과 결속을 통해 야당다운 야당을 만들겠다고 약속한다.

그는 또 젊고 역동적인 리더십으로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겠다는 약속을 하고 의원연금제에 대한 선진국 사례를 수집, 의원연금제 도입을 추진하는 한편 국회의원 5급 비서관 추가 배치 등의 공약도 제시하고 있다.

◇정책위의장

▲김만제(대구 수성갑) 의원은 6월 들어 당조직을 풀가동해 전국 지구당 순회에 나섰으나 중앙당에서 '지구당 방문 금지'를 통보하는 바람에 주춤하고 있다.

대신 오는 17, 18일 이틀간 대구 지구당 위원장들과 오.만찬을 갖고 한 표를 호소할 생각이다.

김 의원은 정책정당화를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교수, KDI원장, 경제기획원장관, 삼성생명.포항제철 회장을 지내면서 국가경영과 정책개발의 경륜을 쌓았기 때문에 당 정책 정당화를 위해서는 자신이 적임자라는 얘기다.

이를 위해 그는 우선 공부하는 정책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당 연구소를 활성화하고 간담회, 세미나 등 다양한 연구활동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원외지구당이 보다 활발하게 정책위에 참여하도록 하고 여.야.정 협의회가 상시화 돼 정책조율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주진우(고령.성주) 의원은 사조산업의 오너로 기업가적 마인드를 가진 CEO 정치의 새바람을 일으켜 새로운 한나라당 건설에 나서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운영위원이냐 정책위의장이냐를 놓고 장고에 장고를 거듭한 결과다.

그는 또 지난 대선의 패배가 변화에 둔감했고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살아있는 정책과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젊은 감각의 정책, 실물에 능통한 정치를 가능케 하겠다는 포부다.

지구당에 대한 정책개발비 지원과 원내외가 참여하는 정책토론회 정례화, 정책위 구성에 원외 참여 폭 확대 등의 공약도 내걸었다.

정책위의장 선거에 원외위원장의 표가 승부를 가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동관.이상곤.김태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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