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라마즈 분만교실

입력 2003-06-09 09:36:00

"아내 자랑 좀 해주실 분…". 첫 시간이라 그런지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는다.

"평소에 표현하는 사랑이 아름답습니다.

전부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분이십니까". 어색한 공기가 잠시 흐른다.

"그러면 처음 아내에게 임신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습니까". 마지못한 듯 한 예비아빠가 나선다.

"사실 기억이 잘 안나지만 기쁨과 함께 책임감이 엄청 크게 느껴졌지요. 곧 출산을 앞두고 있는데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났으면 좋겠어요".

지난 주말 오후 대구시 달서구 죽전동 모 여성병원에서 열린 '부부라마즈 분만교실'. 선생님은 이 병원 간호과장, 학생은 처음 참석한 예비아빠와 계속 수업을 받아온 예비엄마 등 옹기종기 모여 앉은 20여명. 이날은 매주 수요일 수업에 예비엄마들만 출석하다 주말을 맞아 남편이 출석한 첫 수업시간이다.

대부분 첫 아기를 기다리는 왕초보 아빠·엄마들이다.

2시간짜리 강의는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는 분만체조와 호흡법, 마사지법과 함께 출산과정을 적나라하게 담은 비디오 상영 등으로 쉼없이 이어진다.

태교부터 출산, 산후조리와 젖먹이기까지 예비아빠와 엄마들이 갖춰야 할 기본 지식이다.

예전 아내를 분만실로 들여보내 놓고 짐짓 무관심한 척 뒷짐지고 있다가 장모로부터 '아들·딸' 여부만 통보받았던 남편들이 출산의 기쁨과 고통까지 아내와 함께하려는 과정이다.

요즘은 병원측도 남편들이 분만대기실까지 들어올 수 있고, 분만이 임박할 때까지 함께 있도록 허용하는 추세다.

이때 남편들이 허둥대지 않고 산고의 진통을 겪고 있는 아내에게 무엇을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지 충분히 숙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날 강의를 맡은 김영미(38) 간호과장은 차분하게 강의를 이끈다.

"산모를 가장 편안하게 해주는 것은 남편의 말 한마디인데 이말을 잘 못합니다.

보통 아내의 출산경험은 10년이 지나도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기 때문에 남편들은 조심(?)하는 게 좋습니다". 진지하게 귀담아 듣고 있던 남편들이 "정말 그래"하는 표정으로 아내 눈치를 보며 웃는다.

"산모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곁에 있어주는 남편이 미덥고 고맙다고 합니다,

남편이 고통을 나누어 주니 부부애도 훨씬 좋아지고 아기를 낳았을 때 부성애도 덩달아 상승합니다".

이어 진통이 심한 경우 남편과 같이 통증을 감소시킬 수 있는 여러 자세와 호흡법 설명이 이어진다.

부부 공동분만법의 일종인 '라마즈 분만법'은 부부가 같이 참여해 분만시 진통을 줄이는 연상법·이완법·호흡법 등으로 남편과 아내가 출산의 과정을 함께하는 방식이다.

1, 2주내로 곧 태어날 아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김종광(35)씨는 "처음 너무 쑥쓰럽기도 하고 어색했지만 강의를 듣고나니 잘몰랐던 내용을 알게 돼 참석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첫 아기이니만큼 남다른 애착이 가는 데다 엄마가 될 아내를 더욱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역시 첫 아기 출산을 초조하게 준비하고 있는 황성진(33)씨도 "분만실 밖 대기실에서 불안, 초조해하며 기다리기보다는 함께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잘 할 수 있다는 마음의 준비를 다지는 계기도 됐다"고 말했다.

김영미 간호과장은 "출산에 관한 기본적 지식은 대부분 잘 알고 있지만 출산이 두렵고 겁나는 것은 어느 산모나 마찬가지"라면서 "교육을 받으며 다른 산모와 공감대도 형성하고 남편의 적극적인 조력을 유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아 앞으로 부부교실을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진규기자 jgro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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