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정거장'(문학동네 펴냄)은 전경린씨의 세번째 소설집으로, 1998년 '바닷가 마지막 집'이후 5년 만에 출간됐다.
1999년 21세기 문학상을 탄 '메리고라운드 서커스 여인'을 포함해 모두 10편이 실렸다.
표제작 '물의 정거장'은 연하의 유부남과 불온한 사랑에 빠졌지만 버림받는 이혼녀의 이야기로, 일탈이 주는 은밀한 욕망과 쾌감, 결핍을 감성적 문체로 그린 저자의 전형적 작품이다.
주인공처럼 유부남과 일탈적 사랑에 빠진 젊은 여자, 이와 반대로 남편의 외도로 고통받았지만 모두 이겨낸 할머니의 이야기를 배치, 소설의 극적구성을 살리려고 했다.
'낙원빌라'의 여주인공은 강간으로 암시되는 사건 이후 남편으로부터 버림받은 뒤 수년 후 익명의 공간으로 설정된 빌라로 들어가고자 한다.
빌라의 원장은 3년간 무료로 방을 제공하는 대신 매일 '무엇이든' 보고할 것을 요구한다.
'달의 신부'에서는 가정을 지키려는 남성의 인습적 욕망과 여성의 자아를 찾으려는 욕망의 충돌로 인한 불화를, '2월 황량적 각보(脚步)'는 남편의 파산과 폭력으로 파탄난 집을 나와 여행을 떠나는 여주인공의 기약없는 방황을 기둥 줄거리로 삼았다.
'메리고라운드 서커스 여인'은 가족을 버리고 서커스단에 들어간 여인, '부인내실의 철학'은 결혼 외 다른 관계를 꿈꾸는 여자, '바다에 젖은 가방들이 떠다닌다'는 위태로운 사랑에 빠진 마흔살의 남자 등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전경린 소설의 주인공들은 대개 가족 등으로 대표되는 관습의 굴레를 벗어나기를 꿈꾼다.
그래서 보기에 위태롭고 불안하다.<
금기에 도전하는 주인공들의 행위는 그러나 외적 메시지를 갖지 못하고 내면화 되는 경향을 띤다.
전경린의 소설이 사(私)소설로 보여지는 이유다.
전씨는 작가의 말에서 "나의 소설들은 이 땅에서 살아가는 여성이, 지극히 완강하고 평범한 삶의 구조 속에서 피워올린 좀 끔찍하고 찬란한 무지개 같다.
여기엔 이즘도 없고 주장도 없다.
다만 내면의 욕망과 갈등과 환상과 슬픔과 비명과 상상과 고적한 선의 전경이 있으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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