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정부 질문-"장교된 사병이 졸병 티 못 벗어"

입력 2003-06-05 12:06:10

5일 열린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는 국정시스템 부재 및 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 책임총리제 유명무실 논란, 소방청 신설 문제 등이 도마에 올랐다.

특히 야당은 물론 일부 여당 의원들조차 노 대통령을 향해 "감성적 리더십 흠결" "청와대 구조는 국정혼란의 주범"이라고 목소리를 높여 눈길을 끌었다.

신당 추진을 둘러싼 민주당내 신·구주류간 갈등이 대정부 질문에서 여과없이 분출되는 모습이었다.

▲국정혼란과 시스템 부재=민주당 이강래 의원은 "지금의 청와대 시스템이 지속되면 참여정부의 성공은 기대난망일 것"이라며 "한심한 사실은 두산중공업, 철도노조, 화물연대, NEIS, 새만금 등 나라를 뒤흔드는 대형사건이 터져도 청와대 내에 이런 문제를 전담할 수석은커녕 비서관조차 없다"고 비난했다.

같은 당 이희규 의원도 새만금 사업 논란을 지적하며 "농림부 장관은 '계속해야 한다'고 하고 환경부·해양부 장관은 '사업중단' 요구를 넘어 머리띠를 두른 채 시위대에 합세하는 실정"이라고 개탄했다.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은 "정권 실세들이 자신들과 코드가 맞으면 개혁이고 그렇지 않으면 반(反)개혁으로 규정, 우리사회를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재단하려 한다"고 질타했다.

자민련 정진석 의원은 "정책혼선과 오류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는 당연한 지적에도 노 대통령은 마이동풍"이라며 "'참여정부의 1인자는 시스템'이라는 말 역시 참으로 염치없는 강변"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 리더십=민주당 이강래 의원은 노 대통령의 리더십을 '비주류의 의식'에 빗대며 "코드를 강조하고 비주류의 정체성을 고수하여 국정운영에서 폐쇄성과 아마추어리즘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특히 "사병이 장교가 됐을 때 졸병의 티를 벗지 못하고 있으면 정체성의 혼란으로 볼지언정 겸손한 장교로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한나라당 전재희 의원은 "노 대통령의 즉흥적 말실수와 입장 바꾸기는 대통령의 권위를 떨어뜨려 대통령과 정부가 희화화되고 있고 대통령의 측근 재산 형성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이 직접 기자회견까지 했으나 의혹은 더 커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책임총리제 부재=민주당 이희규 의원은 "대통령이 취임 전 책임총리를 강조했지만 과연 제도적으로나 실질적으로 책임총리제가 잘 실시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한나라당 권 의원도 "정부 내 부처간 견해가 다르면 부처 장관끼리 만나 협의하고, 그게 잘 안되면 총리가 개입하는 게 상식"이라며 "그런데 새만금 사업과 관련, 각 부처 장관끼리 딴소리가 밖으로 나오는 것은 총리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결과가 아니냐"고 따졌다.

▲소방청 신설=한나라당 전 의원은 "지난 95년 재난관리법이 제정되고 행자부에 재난관리국이 신설됐으나 지난 대구지하철 참사 당시 아무런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면서 "소방조직을 소방청으로 개편, 예방기능을 보강하고 현장 지휘권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민주당 이희규 의원은 "새롭게 탄생하는 소방청은 소방 및 기술분야의 전문인력을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시켜 체계적인 소방 및 재난재해 대책기구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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