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 경섭 돕는 대서중.대구공고 학생들

입력 2003-06-05 09:55:10

"고맙습니다 선생님, 고맙다 친구들아!"

불행은 대개 개인의 힘만으론 어쩔 수 없는 크기로 다가옵니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홀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이웃이 내미는 따뜻한 손길이 그래서 절실합니다.

지난 주 대구에서는 두 가정에 훈훈한 마음들이 오갔습니다.

효섭이(15.대서중3.송현2동)와 승미(16.운암고1.학정동)네 집이 그렇습니다.

▨형마저 뇌종양

효섭이네는 생활보호 대상 가정입니다.

어머니와 형과 함께 살지요. 아버지는 5년 전 뇌종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는 2년 전 유방암 수술을 받은 후 파출부 일마저 그만뒀습니다.

정부보조금 월 50만원이 생계비의 전부이지만 형 경섭이(17.대구공고2)와 어울려 사는 것이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이 힘든 가정에 또 불행이 닥쳤습니다.

형마저 악성 뇌종양으로 갑자기 쓰러져 동산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것입니다.

지난달 15일의 일이었습니다.

어느 누군들 이 참담한 지경을 간단히 이겨낼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역시 우리에겐 이웃이 있었습니다.

같은 임대아파트의 강숙이(50.여) 통장이 이 사실을 효섭이가 다니는 중학교에 알리고 도움을 청했습니다.

대서중학교에선 지난달 23일부터 모금운동이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일주일만에 700만원을 모아 효섭이네에게 힘을 돋워줬습니다.

쓰러진 경섭이의 학교에서는 지금 모금운동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2일까지 496만원이 모였다고 합니다.

지난달 27일엔 한 30대 여자분이 학교에 찾아와 400만원 가량 될 경섭이의 병원비 전액을 부담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고 합니다.

담임인 조완균 선생님은 "경섭이가 수학여행 때 머리가 아프다더니 갑자기 쓰러졌다"며 "하루 빨리 깨어 나 교실로 되돌아오기를 친구들이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 마음들을 아는지 경섭이는 2일 오전 의식을 회복했다고 합니다.

어머니 박경자(43)씨는 "너무도 고마운 분들이 많다"며 눈물만 흘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린 효섭이의 앞에는 험난한 길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또다른 이웃들의 마음이 필요한 것입니다.

053)639-6639(효섭이네 집) 634-2401(대서중 행정실).

▨비닐하우스 집마저 잃다

지난달 23일 새벽 승미네는 집을 잃었습니다.

집이래야 비닐하우스로 얼기설기 얽은 가건물이었지요. 옆 공장에서 난 불이 승미네를 덮쳤고 조그만 세간살이조차 남겨 주지 않았습니다.

그뿐만도 아니었습니다.

다섯 식구의 밥줄인 1t짜리 트럭도 타버렸습니다.

이 트럭이 있어야 아버지 어머니가 5일장을 돌며 생선을 팔아 생계를 이을 수 있습니다.

졸지에 가진 것이라고는 아무 것 없이 맨몸으로 길바닥에 나앉게 된 것이지요. 2녀1남 중 차녀인 승미는 풀 죽은 언니(운암고3)와 남동생(칠곡중2)의 모습을 보는 것이 더 가슴아팠다고 했습니다.

이들 가족에게 마음을 전한 것도 학교였습니다.

승미와 언니가 다니는 운암고 학생회는 즉각 회의를 열어 모금운동에 들어갔습니다.

교직원과 전교생이 331만2천원을 모은 것이지요. 소식이 밖으로도 알려지자 첼리스트 박경숙씨가 독주회 수입금 100만원을 보탰습니다.

이명규 북구청장도 자신의 월급에서 50만원을 떼냈고, 북구청은 공식으로 긴급구호비 30만원을 지출했습니다.

운암고 김정탁 교장선생님은 "승미는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주눅들지 않고 늘 밝은 웃음을 잃지 않는 모범생"이라며, "이 성금으론 자립에 부족한 만큼 승미네가 단란한 가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더 많은 도움과 관심이 있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워 했습니다.

053)320-0102(운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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