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암칼럼-'바람정부'의 '갈대장관'들

입력 2003-06-02 11:58:40

지금 노무현 대통령이 이끄는 '참여정부'에 별명을 붙인다면 어떤 비유가 어울릴까. 짧은 생각으로는 '바람 정부'가 어떨까 싶다.

그 첫째 이유는 집권 직후부터 '개혁'이란 돌풍을 몰고 가는 것 같긴 한데 정작 몰아가는걸 보면 도무지 어디서 어디로 불지 종잡을 수 없는 '동짓달 갑자일(甲子日)에 부는 동남풍'같아서고, 두번째는 코드를 맞춰 뽑았다는 몇몇 장관들의 행보와 처신을 보면 마치 '바람 부는 날 가루 팔러가듯 한다'는 속담처럼 때맞춰 명쾌하게 매듭지을 일도 뒤죽박죽 번잡하게 더 헝클어지게해서이며, 셋째는 '동풍(東風)에 곡식 병난다'는 속담대로 한창 곡식 낟알이 영글어 갈때 동풍이 불면 곡식을 못쓰게 하듯이 간신히 IMF 지나 경제 회복 좀 되나 하는 시기에 경제정책이 난맥을 보이는 바람에 서민살림만 병드는 듯해서다.

왜 하필 동짓달 갑자일에 부는 동남풍이니 바람부는 날 가루 팔러가는 속담에다 비유하느냐고 묻는다면 딱 꼬집어 답할 말은 없다.

그저 조선초 시조시인 김수장이 '수많은 바람중(數多風中)에 헤아리기 어려울손, 동짓달 갑자일에 부는 동남풍이어라'고 읊었고 바람부는 날 가루날리듯 나라가 어수선해서라고나 할까.

그래도 자꾸 캐묻고 따진다면 대답은 이렇다.

'헤아리기 어려울손 참여정부 장관님들 말씀이어라'.

윤덕홍님 권기홍님.... 대구에서 어렵게 뽑혀 올라가신 장관들인 만큼 솔직히 정권초기엔 지역언론에서도 곰살갑게 생각해 주고 도와줘야 하는 게 도리다

그분들이 소신있게 능력 보이고 대통령 신임도 얻고 국민들 사랑도 받으면 나라는 물론이고 대구사람의 명예나 자존심에도 나쁠 것 없어서다.

따라서 작은 허물쯤은 우리가 먼저 덮어주고 때로는 앞장서서 변호도 해줘야 한다.

지난 100일간의 밀월기간엔 그런 다독이는 마음으로 크고작은 비판을 아껴왔다.

그런데 이제는 더이상 정리(情理)나 지역출신이란 미련에 붙들려 무비판의 밀월기간을 끌고가는 것이 나라를 위해서나 장관 본인과 대구인의 명예와 자존심에도 되레 누(累)가 될 시점에 와버렸다.

그래서 이제는 따가운 고언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

두분께 직언컨대 자신이 혹 '갈대장관'은 아닌지 새벽잠이 깨는날 한번쯤 생각해 보셨으면 한다.

동풍(머리띠 부대)이 불면 서쪽으로 쓰러지고 서풍(목청 떼거리)이 불어오면 금방 동쪽으로 굽어 밀리는 갈대같은 꼭두각시 각료는 아니었는지 말이다.

솔직히 이 고언이 두 장관님들에게는 '갈대장관'이란 부끄러운 비유를 자성해 보라는 쓴소리이기도 하지만 누가, 어떤 숨은 세력이 장관들을 갈대처럼 만들고 있는지도 묻고있음을 '바람정부'는 알아야 한다.

겉모습대로라면 NEIS 시비 틈새서 보여준 윤 장관의 무소신 무원칙의 갈대같은 모습은 황당함 그 자체였다.

노사문제를 놓고 동풍서풍 바람부는대로 흔들리며 딴소리 하다가 민노총, 한노총, 근로자, 기업인 이쪽저쪽 다 욕먹고 있는 권 장관도 딱하긴 매한가지다.

여기서 딱부러지게 경상도식으로 털어놓고 말해보자.

평소 고향에 있을때 보아온 두 장관의 인격이나 지성을 두고볼때 아침저녁 바람결 봐가며 눈치 빠르게 말바꿀 갈대같은 인물은 아니리라는 신뢰와 애정을 버리고 싶지 않다.

절대 그러실 분들이 아닌데 하는 아쉬움도 있다.

그래서 여쭙거니와 대구사람 성깔에 안맞게 한입으로 아침저녁 딴 소리하고 말바꾸는 것이 정말 소신에서 우러난 변덕인가 아니면 두 사람도 어쩔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손과 바람에 의해 밀려서 휘이고 있는 것인가. 정말 본인들의 본디 그릇 크기가 그 정도여서 그렇다면 야당이 해임안 올리기전에 얼른 물러나심이 국가나 대구를 위해 백번 옳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손에 밀려서 맘에 없는 말로 그날그날 상황 때우며 버티고 계신다면 당당히 바람과 맞서 대구출신다운 기골 있는 장관의 본때를 보여야 한다.

지금 노 대통령도 '맘대로 안된다'고 푸념할 만큼 이상한 조직의 힘이 그늘 속에서 강하게 작용되고 있는 듯한 낌새가 곳곳에서 감지된다고들 한다.

유능한 총장 출신의 장관조차 갈대처럼 소신없이 흔들리게 만든다면 그 '바람'의 정체는 무엇인가.

대구 사람들은 DJ나 누구처럼 말 잘 바꾸는데 신물이 나 있다.

대구 출신장관들만은 흔들리지 않는 소신과 뚝심으로 시쳇말로 '대구남자답게' 정도(正道)대로 국정을 이끌어 가기를 바라고 있다.

만에 하나 장관들을 갈대로 만드는 세력이 있다면 그들을 견제함으로써 소신 장관과 바른 국정을 지켜주는 시민의 힘을 보여 줄 것이다.

'갈대장관'들은 그런 대구 시민과 국민의 힘을 믿고 오늘부터라도 당당히 바로 서 보라. 자신없으면 바람속의 갈대꽃처럼 흩날려 가버리든가.

김정길〈부사장〉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