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8 정상회의 맞춰 반세계화시위 격렬

입력 2003-06-02 09:24:19

1일부터 3일까지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리는 G8(서방선진 7개국과 러시아) 정상회담 개막과 때맞춰 프랑스와 스위스 곳곳에서 수만명이 참가한 대규모 반(反)세계화 시위가 벌어져 시위대와 경찰이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에비앙과 제네바 호수를 건너 마주하고 있는 스위스의 로잔에서는 시위대가 바리케이드에 불을 지르고 주유소 파괴, 자동차 훼손 등 폭력 양상을 보이자 경찰이 약 400명을 연행했으며 제네바에서는 약 1천명의 시위대가경찰관들에게 돌을 던지며 격렬한 시위를 벌인 뒤 경찰이 주모자 10여명을 체포했다.

시위 주최측 추산으로 최소 9만명, 스위스 경찰 추산으로 5만명 규모인 시위대는 G8 정상들의 도착시간에 맞춰 1일 아침 일찍부터 프랑스와 스위스 국경지대에서시위에 나섰으며 요란한 팝음악과 랩음악을 틀어놓고 반세계화, 환경보호, 제3세계부채탕감, 유전자조작 식품 반대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강제해산에 나서자 도로와 교량을 봉쇄한 채 투석전을 펼치고 민간 시설물들을 파괴했다. 그러나 시위와 테러에 대비, 2차대전 이후 최대규모인 2만5천명의 프랑스 및 스위스 군.경 병력이 삼엄한 경계를 펼치는 가운데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조지W. 부시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등 참가자들은 제네바 공항에 도착한뒤 헬리콥터 편으로 에비앙으로 직행해 회담 참가에 차질을 빚지는 않았다.

로잔과 제네바에서는 '블랙 블록(Black Block)'으로 알려진 극렬 무정부주의 단체 대원들이 복면한 채 호텔 창문을 부수고, 주유소와 슈퍼마켓을 약탈해 발코니에서 내다보는 주민들에게 담배와 사탕을 던져주는 등 의적 흉내를 내기도 했다. 평화적 시위대의 혐오 대상인 이들은 지난 2001년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열린 G8 정상회담 당시에도 폭력 시위를 벌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확성기와 휴대폰을 이용해 순식간에 집결했다가 20분만에 샛길로 빠져 사라졌다.

그러나 경찰은 모든 집회를 불법으로 간주해 가두행진 참가자들에게 최루탄을발사하는 등 강경 진압작전을 폈으며 이 과정에서 고가도로에 현수막을 설치하려던영국인 남자 1명이 강으로 추락해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진 것을 비롯해 10여명이 다쳤으며, 일부는 경찰에 체포됐다.

에비앙에서 서쪽으로 불과 40㎞ 떨어진 제네바에서는 병력 보강을 위해 독일 경찰까지 동원된 가운데 시위대 1천 명이 육로를 통해 에비앙으로 가려는 회담 참가자차단을 위해 3군데의 다리를 봉쇄했으며, 전날 밤에는 시위대 300명이 가두시위를벌이며 가게 수십개를 파괴했고 관공서 건물에 화염병을 던지기도 했다.

'노(NO) G8', '노(NO) 자본주의', '이라크 점령 중단-팔레스타인 해방' 등의 문구가 적힌 깃발 행렬을 뒤따라가던 카티아라는 이름의 시위 참가자는 "나는 분배와평등, 세계 평화 등의 도덕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여기에 왔다"고 말했다.

1일 오전에는 시위대 2천 명이 에비앙 인근 안느마스와 토농 사이의 주요 도로를 봉쇄한 데 이어 약 50㎞ 떨어진 에비앙 쪽으로 행진하려다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는 경찰과 충돌했다.

시위대는 경찰과 군인의 삼엄한 경계로 회담장 주변 진입이 원천봉쇄되자 제네바와 안느마스 등지에서 텐트를 친 채 시위를 벌였다.

앞서 지난 달 31일 밤 안느마스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프랑스 사회당 대표단이참석한 한 회의장에 돌을 던져 유리창를 깨뜨리고 난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충돌했으며, 경찰이 최루탄틀 쏘며 진압에 나서자 해산했다.

이번 회담은 미국 주도의 이라크전에 대한 반전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유럽에서 개최돼 회의 개막 이전부터 '시위 비상'이 걸려 경찰과 군인 2만5천여 명이 동원돼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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