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폐쇄에도 군은 '난 몰라'

입력 2003-05-30 11:44:06

윤모(62)씨는 최근 울진군 근남면 노음리 일명 '매림'이란 자연부락 안길 일부에 벽돌을 쌓고 철조망을 둘러쳐 통행을 막아버렸다.

근남면사무소가 마을 안길 포장 계획을 세워놓고 공사가 임박할 때까지 자신의 땅에 대한 양해나 사전 승낙을 구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윤씨는 "선대부터 지금껏 꼬박꼬박 세금내 온 사유지를 도로로 이용케 했으면 고맙다는 인사는 못할망정 자초지종 설명도 없이 임의로 포장하겠다는데 가만히 있을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며 "이로인해 이웃주민들과 사이만 나빠졌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윤씨와 주민들을 더욱 화나게 하는 것은 군청과 면사무소 등 행정기관의 태도다.

통행을 차단하고 나선 윤씨에게 설득을 통한 민원해결 노력은커녕 도로 포장 계획을 보류하는 등 뒷짐만 지고 있는 것.

기자의 취재 과정에서도 면사무소는 "군청 개발계가 현황조사를 해 갔다" "해당 면으로부터 보고를 받지 못했다"며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주변 경관이 빼어난 항구여서 외지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울진읍 연지리 주민들은 더 황당한 일을 겪고 있다.

3년전 실제 토지와 지적도면 불일치로 이웃인 최모씨와 소유권 분쟁을 빚던 이모씨가 도로로 사용하고 있던 자신의 일부 땅을 되찾아 벽돌로 막아 버린 것.

그래도 행정당국은 역시 '나몰라라'이다.

이 때문에 주민들이 포구의 수산물 등을 운반하기 위해 수km를 우회하는 불편을 겪고 있으며 주말이나 여름철이면 이러한 사정을 모르는 외지 차량의 진입으로 이 일대가 북새통을 이룬다.

주민 임모(45)씨는 "수십년간 주민들이 이용해 온 도로를 일방적으로 막는 것도 문제지만, 사유지인지 군유지인지 확인도 없이 사업을 추진하려던 주먹구구식 행정과 민원해결 의지조차 없는 방관적 행정이 더 큰 문제"라고 했다.

울진.황이주기자 ijhw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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