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은 시민이 잡아라? 경찰 주택가 절도 잇따라도 수사 소홀

입력 2003-05-29 15:35:08

경기가 나빠진 뒤 동네마다 절도사건이 잇따르고 있으나 경찰은 중요하지 않은 사건이라며 수사를 소홀히 하고 있다.

그 때문에 시민들은 "도둑은 시민이 직접 잡아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대구 두류1동 단독주택 밀집지역 3층 건물에 사는 김성호(34)씨는 지난 24일 밤 9시30분쯤 귀가했다가 낮 시간에 결혼반지 등 예물과 캠코더·카메라가 도난 당한 것을 알고 즉시 인근 파출소에 신고했으나 경찰은 감식작업만 하고 간 뒤 연락이 없었다고 했다.

김씨는 "수사가 어떻게 돼 가는지 알아보려 전화를 걸었더니 '워낙 사건이 많아서 그렇다'는 퉁명스런 대답만 돌아왔다"며 "야간에 신고 받고 온 경찰관들은 늦었다며 감식조차 다음날 하자고 했었다"고 말했다.

인근 가게 주인도 "도둑 들었다고 신고했지만 야간 순찰을 강화하는 등의 조짐은 전혀 없었다"고 했고, 그러는 사이 김씨 집 도난 이틀 뒤인 26일 새벽 2시쯤에는 그 바로 앞집이 도둑 맞았다.

지난 3월 말 대구 강북에서는 한 아파트의 인접한 두 집이 잇따라 털렸다.

식구들이 집을 비운 낮시간에 도둑이 현관문을 통해 침입, 수백만원 어치씩의 현금·패물을 쓸어갔다는 것. 같은 날 다른 동의 한 할머니 집도 털렸으며 다른 집에서도 최근까지 계속 도난사건이 발생하고 있다고 이 아파트단지 주민들은 전했다.

피해자들은 "신고했지만 경찰이 절도사건에는 관심 없는 것 같아 동네 사람들이 스스로 나서서 방범 대책회의까지 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지난 2001년 대구 봉무동 빌라에 살면서 일년새 2차례에 걸쳐 700여만원 상당의 카메라 장비를 도난 당한 적 있다는 권혁기(45·가명·대구 수성3가동)씨도 "경찰이 형식적인 감식 작업을 한다며 집안만 어지럽혀 놓고 수사는 전혀 않더라"며 "이제 도난 정도는 아예 신고 안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절도범은 증거를 남기지 않으면 검거가 어렵다"며 "수사를 않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일임을 시민들이 이해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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