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130층 건물

입력 2003-05-29 12: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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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오만을 상징하는 바벨탑은 상상이 아니라 실존의 건축물이다.

메소포타미아의 도시국가들은 기원전 3천~500년 사이 그들의 신을 모시기 위해 수백 개의 지구라트를 조성했다.

바빌론에 세워진 지구라트의 하나가 바벨탑이다.

1913년 독일인 콜데바에 의해 그 유적이 처음 확인됐다.

발굴된 점토판 유물에서 탑이 7층이고, 그 위에 사당이 설치돼 있었다는 내용을 찾아냈다.

바벨탑을 세우는데는 8천5백만 개의 벽돌이 사용됐으며, 규모는 가로와 세로, 높이가 약 90m에 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현존하는 30여 개의 지구라트 유적 중 최고의 것은 우르에서 발견된 5단 짜리, 50m 높이다.

▲바벨탑은 엄청난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건축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당시 바빌론의 외곽 둘레가 16km에 이르고, 도시 안에 화려한 궁전이 수없이 지어졌다는 사실로 바벨탑 건축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그러나 기원전 479년 페르시아의 침공으로 탑은 철저히 파괴됐다.

알렉산더 대왕이 바빌론을 점령했을 때 폐허가 된 바벨탑을 재건하려 했지만, 너무나 거창한 사업이었기 때문에 중간에 포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바벨탑은 고대사회의 마천루(摩天樓)였던 셈이다.

현대사회 최초의 고형건축물은 1931년 지어진 미국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다.

102층, 381m 높이의 이 건물은 현재까지 뉴욕 최고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1972년 110층, 412m 높이의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 기록을 내줬으나, 이 건물이 항공기 테러로 붕괴되면서 다시 뉴욕 제1의 자리로 복귀한 것이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이후 세계 각 도시가 국가능력의 상징으로 최고봉 경쟁에 합류했다.

상하이의 진마오 빌딩(421m), 시카고의 시어스타워(442m), 콸라룸푸르의 페트로나스 타워(453m), 상하이의 오리엔탈 펄 TV타워(467m)가 그런 예들이다.

▲현대판 바벨탑 건축계획은 그 뒤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시카고의 사우더번 빌딩(472m)이 세계 기록 경신에 도전 중이다.

그러나 상하이 바이오닉 타워가 '하늘의 만리장성'을 기치로 내걸며 1천100m 높이의 건물 신축계획을 밝히는 바람에 경쟁이 싱거워지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985년 63빌딩(249m) 신축으로 마천루시대의 서막을 알렸고, 그 뒤 삼성에서 100층 대의 건물을 신축하려다 불발된 적이 있다.

어제 한국외국기업협회가 13억 달러를 들여 서울 상암동에 130층, 580m 높이의 국제비즈니스센터 건립계획을 밝힌 것은 우리 건축사상 특기할만한 일이다.

우리의 건축수준 뿐 아니라 문화수준까지 한 단계 끌여 올려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해진다.

박진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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