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연금시대 '구멍' 지역 가입자 40% 420만명 보험료 미납

입력 2003-05-29 12:06:08

국민연금 제도가 도입된 지 15년이나 됐으나 아직도 지역 가입자의 40% 가량은 보험료를 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1999년 이 제도 적용 범위를 자영업자 등 도시지역 18세 이상 60세 미만 모든 거주자로 확대하면서 "전 국민 연금시대를 열었다"고 홍보했지만 전국 420여만명이 여전히 그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 관리공단에 따르면 현재 연금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아 연금 혜택을 볼 수 없는 사람은 전체 지역가입자 990여만명의 42%인 420만여명에 이른다.

대구 경우 62만8천여명 중 39.7%인 24만9천여명이 보험료를 내지 않고 있다고 대구지사가 밝혔다.

재산에 대해서까지 부담금을 물리는 건강보험과 달리 국민연금은 당국에 자료가 잡히는 근로·자영 소득에 대해서만 보험료를 물림으로써 많은 국민들이 '납부 예외자'로 분류되고 또 상당수는 보험료 납부를 거부해 이같은 결과가 빚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케이블방송망 설치 하청업체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는 김모(33·대구 읍내동)씨는 1999년 9월 이후 보험료를 한번도 낸 적이 없다고 했다.

150여만원의 월급여를 수당 형태로 받음으로써 소득으로 잡히지 않기때문. 그 전 3년여간 건설회사에 근무할 때는 직장가입자로 보험료를 꼬박꼬박 냈다는 김씨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일용직과 다름없는 계약직 대부분은 연금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니던 회사가 2000년에 부도 나 실직한 최모(38·대구 용산동)씨는 그 해 12월 보험료 '납부 예외' 신청을 낸 후 지금까지 보험료를 내지 않고 있다.

24평 아파트와 승용차를 갖고 있지만 국세청 등에 소득 자료가 없기 때문. 예외 신청은 소득이 없어 납부를 중단하겠다는 신청이다.

최씨의 아내(36)는 "진료 문제 때문에 건강보험료는 내고 있다"고 했다.

제지회사에서 6년간 근무하다 2001년부터 건설현장 일용직으로 일하느라 보험료를 내지 않고 있다는 손모(33·대구 도원동)씨는 "수입이 들쭉날쭉해 연금 보험료를 낼 마음의 여유를 찾기 힘들고 일용직들은 대부분 처지가 비슷할 것"이라고 했다.

연금공단 관계자는 "납부예외자들의 절반 정도는 소득 자료가 없어 납부를 독촉할 수도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고급 아파트와 승용차까지 가지고도 소득이 없다며 내지 않는 사람이 있으나 대처할 방법이 없다는 것.

식육점을 하는 손모(45)씨 경우 납부 거부로 연금 사각지대로 빠진 경우라고 했다.

10여년 동안 직장생활하면서 보험료를 내다가 당시 제도에 따라 퇴직 일년 후 일시불로 연금을 수령하기도 했다는 손씨는 "국민연금을 어떻게 믿고 내느냐"고 했다.

손씨는 대신 8년 전부터 월10만원씩 민간 종신보험료를 내고 있고, 돈이 더 생기면 저축해 노후를 대비할 것이라고 했다.

그의 아내(41)는 "노후를 생각해 국민연금 보험료도 내고 싶었지만 체납액을 모두 납부해야 한다고 해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같이 국민연금이 파행 운영되는데 대해 대구지사 김청태 행정지원팀장은 "오는 7월부터 5인 미만 사업장 사원들도 직장가입자로 편입토록 돼 있어 문제가 상당폭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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