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상수지 赤字' 만성화 되나

입력 2003-05-29 11:59:33

요즘 국내 경제뉴스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어둡지 않은 것이 없을만큼 한국경제는 '우울증'에 빠져있다.

대외 여건은 악화되고 있는데도 국내에서는 지금 한창 이익단체들의 목청이 높아지고 있다.

사회는 이념적 대립과 정치적 불신으로 가득하다.

청와대의 설명대로 '과거로부터 젖을 떼는 이유기(離乳期)적 현상'이라면 다행이겠으나 경제 측면에서 보면 그렇게 미래지향적인 것 같지는 않다.

이렇게 경제에 대한 위기의식이 희박해지다보니 경상수지가 5개월째 적자행진을 하고있다는 사실조차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4월의 경상수지가 3억9천만달러 적자로 5개월째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는 개선됐으나 지난해 경영실적이 좋은 12월 결산법인이 외국인 투자자에게 지급한 배당금이 12억 달러로 크게 증가하는 등 소득수지 적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외국인에게 지급한 돈의 규모가 국제수지 통계를 집계한 지난 80년 이후 사상최대라고 하니 해외 자금이 우리 경제에 얼마나 깊숙이 개입돼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세계화 시대에 해외자본 유치를 마다할 수야 없지만 소득수지 적자 폭의 급격한 증대는 우리 경제의 '건전성'을 해치는 요인임이 틀림없어 눈여겨 봐야할 부분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경상수지 적자 기조가 만성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한은은 유가하락과 국내 경기부진 등으로 소비재 자본재 수입이 줄고 있는데다 사스 등의 영향으로 해외여행도 위축돼 여행수지가 크게 나빠질 이유가 없어 4월을 기점으로 경상수지 적자는 한 고비를 넘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이런 해외 요인이 아니다.

내부 결속력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신뢰의 위기'에 처해있다.

고위층의 말은 신용이 없고, 정부 정책에는 원칙이 없는데 어디서 '경제 마인드'가 우러나오겠는가. 돈을 풀고 정책 요리만 잘한다고 경제 대통령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신뢰가 무너지면 경제는 백약이 무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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