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축제-삶의 윤활유

입력 2003-05-29 09:45:45

절기가 여름의 문턱인 입하를 지나 소만(小滿)이다.

소만은 태양의 황경이 대략 60°에 있을 때로, 만물이 점차 생장하여 가득 찬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여름에 접어들어 모내기가 시작되고 보리베기로 한참 바쁜 시기이다.

이 시기 우리 민족은 절기에 따른 농사일에 바쁘면서도 정해진 한순간, 일상에서의 일탈로 일에 지친 심신을 회복하기 위해 잔치문화, 즉 축제를 예로부터 즐겨왔다.

상고시대부터 우리민족은 음주가무를 즐겼다는 중국의 많은 기록을 보더라도 축제는 우리 민족의 일상생활의 한 부분을 차지하여 왔었다.

축제의 기본적인 기능은 사람들의 삶의 양식에 영감을 주면서 인간과 보이지 않는 존재 사이에서 또는 인간과 그 주변환경의 관계에서 놀이를 하는 것이거나, 종교행위의 형태와 내용에 영향을 미치는 정신적 가치를 확인하는 것이다.

축제는 상상력의 환상을 자극하며, 영혼을 흔들고 일상적인 삶의 무기력에서 우리를 일깨운다.

그러하기에 축제는 때로는 무례하고 신랄하지만 한편으로는 대단히 치밀하고 예민한 상상적 창조의 순간이 되기도 한다.

변장을 하고 가면을 쓰고 익살스런 흉내라는 다양한 변형들 속에서 축제는 인간과 세계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구성한다.

왜냐하면 축제는 기존의 문화요소들에 이의를 제기하고 그러면서 그것들을 더욱더 드러내기 때문이다.

축제는 더욱더 폐쇄되고 황폐화되어가고 있는 현대인의 삶을 직시하는 동시에 진정한 삶을 위한 하나의 출구로서 작용하며 인간에게 잃어버린 꿈을 찾게 해준다.

지금 지역의 대학가엔 5월의 축제가 한창이고 대구 상권의 중심지인 동성로 축제가 약령시축제에 이어 열렸다.

이들 축제가 사고로 얼룩지고 불황으로 위축된 지역의 인심과 분위기를 확 바꾸는 계기를 만들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축제를 상품화하고 판매할 전략을 수립하는데 관심을 갖는 실용주의 입장과 지역축제가 만들어지는 사회 역사적인 맥락을 초월하여 우리 모두가 하나되는 대동의 축제를 기대해 본다.

경산대 교수.국어문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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