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민들은 너무나 망각을 잘하는 사람들인가?
28일인 오늘은 지하철참사가 일어난지 100일째 되는 날이다.
함께 가슴을 쥐어뜯고 눈물을 흘린 지 얼마되 지 않았는데도, 이를 먼 옛날의 일로 여기는 이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오늘 저녁 두류공원 야외공연장에서 열리는 유니버시아드대회 성공기원을 위한 대형 콘서트가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대구시와 U대회조직위가 5억원을 들여 조수미 김건모 보아 박효신 등 국내외 정상급 가수들이 출연한다고 며칠전부터 대대적인 광고를 한 행사다.
그 반대편에는 참사 100일을 맞아 지하철참사 희생자 대책위와 시민단체들이 자그마한 추모행사들을 열고 있지만, 대구시가 큰 관심을 기울였다는 소식은 아직 듣지 못했다.
한쪽에서는 희생자들을 기리며 눈물을 흘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환호와 고성이 오가는 떠들썩한 축제가 열리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번 콘서트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대구시와 U대회조직위 관계자들은 "참사발생 100일째가 되는 줄 미처 알지 못했고, 우리는 후원단체일 뿐"이라며 주최측인 스포츠 서울에 책임을 미루고 있다.
며칠전만 해도 대구시와 U대회조직위 관계자들이 'U대회 열기를 고조시킬 만한 행사'라고 한껏 치켜세우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진 태도다.
행사가 세계적인 가수 조수미의 일정에 맞춰 3개월전에 이미 결정된데다 U대회조직위가 1억5천만원을 협찬키로 했는데도, 대구시 등에서는 아무도 몰랐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지역 방송사들의 태도도 큰 문제다.
서울MBC가 자발적으로 한강시민공원에서 참사발생 100일을 맞아 국민추모음악회를 여는데 반해, 지역의 한 방송사는 추모행사를 여는 것은 고사하고, 말썽많은 이번 콘서트를 녹화중계하기로 했다
대구사람들은 언제까지 낯뜨거운 일을 겪으면서 살아가야 할까.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