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이란의 테러 지원 및 핵개발 의혹에 대해 압박의 수위를 높여가고 이란이 이에 대해 내정간섭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는 등 미-이란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27일 "테러와 핵 문제에 대해 이란의 대응은 불충분하다"며 이란이 알 카에다를 포함한 테러조직들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는데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플라이셔 대변인은 "이란이 핵 개발과 테러 지원을 완전히 포기할 때까지 계속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란이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테러 단체 알 카에다 조직원을 비호하고 있다는 정보가 입수됨에 따라 지난주 열릴 예정이던 미국 정부가 이란과의 비밀 접촉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이란이 알 카에다 조직원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또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생한 자살폭탄테러에 이란에 은신하고 있는 알 카에다 조직원이 관련돼 있다고 주장하며 이들의 신병 인도를 요구하고 나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도 이날 '외교협회'(CFR)에서의 연설을 통해 이란이 전후 이라크에 엄격한 이슬람 국가체제를 이식하려는 기도를 "단호하게 분쇄할 것"이라고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럼즈펠드 장관은 이란이 이라크의 사회, 정치 발전 과정에서 이란 방식을 채용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지적하고 이같은 기도는 결코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란 정부는 알 카에다 조직원 비호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면서 미국에 대해 내정간섭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란 외무부의 하미드 레자 아세피 대변인은 "우리는 논리와 이성이 미국인들의 논의에서 우선하기를 바란다"며 "미국이 개입주의적 자세에서 탈피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세피 대변인은 백악관이 대(對) 이란 정책을 바꿨다는 보도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진실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는 항상 미국에 내부문제를 건드리지 말 것을 요구해왔다"고 말했다.
이란의 이 같은 반응은 이란이 알 카에다 조직원들을 비호한 데 대한 대응으로 미국이 이란 내부에서 민중봉기를 유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미국 언론들의 보도가 잇따른 가운데 나온 것이다.
외신종합=박운석기자stoneax@imae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