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파 방송에 '아줌마의 힘'이 위력을 떨치고 있다.
주부층이 공중파 TV의 주 시청자층으로 자리잡으면서 각종 프로그램들이 이들의 입맛에 맞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이후 막강한 소비 군단으로 등장해 리모컨의 주도권을 잡았던 10대들이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인터넷과 케이블 방송으로 떠나면서 생긴 현상이다.
특히 '주부 파워' 등장에 가장 민감한 TV 프로그램은 드라마. '인어아가씨'가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고 '아내', '분이' 등 복고풍 드라마가 경쟁적으로 등장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시청률 1~2%에 울고 웃는 제작진들은 이제 '아줌마'를 붙잡기 위해 안감힘을 쓰고 있다.
드라마 기획단계부터 주부 취향에 맞추어 제작에 나서고 있으며 주요 배역진 결정과 방송 도중 줄거리까지 주부들의 압력에 따라 바뀌는 것은 흔한 일이 되었다.
#아줌마는 단순함을 좋아한다
드라마에서 나타나는 '주부 취향'의 대표적 특징은 단순하다는 것. 드라마 줄거리에 지나치게 복선이 깔리거나 사회 부조리 고발성 등의 성격이 들어가면 일단은 점수를 깎고 들어가야 한다.
제작진들은 이에 대해 "가뜩이나 피곤한 삶에 지친 주부들이 휴식처인 TV에서까지 복잡한 내용이 등장하면 거부 반응을 가지는 경향이 있다"며 "드라마는 그냥 재미있으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올 상반기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했던 올인이 대표적 경우. 이덕화나 최정원이 악역으로 등장하지만 이들은 전혀 시청자들로 하여금 '울분'이나 '복수심'을 느끼게 하지 않는다.
그냥 단순한 악역일뿐이다.
또 '다음회를 기대해주세요'라는 식으로 드라마를 이끌면 '욕'을 먹어야 한다.
직장이나 집안일을 하다 '짬짬이' 리모컨을 잡는 주부들에게는 10.20대와 같은 '열정' 없다.
따라서 '인어아가씨'처럼 잔잔한 소재로 그날 방영분에서 '재미'를 느끼도록 만들 수밖에.
#공주는 가라
드라마가 연기력보다는 주요 배역의 '인물'로 승부를 걸던 시대도 지나갔다.
아줌마는 다분히 현실적이다.
따라서 어느날 백마를 탄 기사가 나타나는 식의 '신데렐라' 드라마는 주부층을 파고들지 못한다.
여기에다 얼굴로 승부를 거는 공주풍의 연기자는 별다른 각광을 받지 못한다.
적당한 얼굴에 현실감 나는 연기를 펼치는 탤런트가 주역으로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장서희(인어공주), 배두나(위풍당당 그녀)가 대표적이다.
최근 전도연(별을 쏘다).김혜수(장희빈) 등이 거액의 출연료를 받고 등장한 드라마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도 '주부'의 취향을 무시했기 때문. 신세대 연기자들 중에서도 청순한 이미지로 예전 같으면 선한 주인공을 맡았을 이들이 요즘은 '악녀'로 등장하는 경우가 흔하다.
'위풍당당 그녀'에서 성공을 위해 친모를 죽음까지 몰고갔던 김유미나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의 설수진, '별을 쏘다'의 홍은희 등이다.
#향수를 자극하라
드라마 줄거리도 다분히 신세대풍의 톡톡튀는 내용보다 '복고풍'이 봇물을 이룬다.
고부간의 갈등, 결혼을 앞둔 부모와 자식의 충돌, 돈 문제 등이 주요 소재다.
그리고 배경에는 과거라는 '향수'가 자리잡고 있다.
물론 복고풍 드라마의 대거 등장은 '드라마 소재 빈곤'도 한몫을 하기도 한다.
60.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죽도록 사랑해'(MBC), '분이'(KBS 1)을 비롯 주부들에게 익숙한 예전 드라마나 소설 등을 소재로 삼은 '아내', '남자의 향기',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재협기자 ljh2000@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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