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늦은 저녁 다리는 물위에 떠 있었다.
호수가 운무를 뿜어 다리를 달처럼 공중에 띄우고 있었다.
밤이 되자 다리는 여러 색의 등불을 달아 호수에 여러개의 달을 만들어 보내고 있었다.
이렇듯 다리와 호수가 서로 달을 주고받는 다리가 월영교다.
안동댐 밑 호수를 동서로 가로질러 놓여진 다리 월영교가 지난 4월 모습을 드러냈다.
다리에 다가서자 진한 송진 내음이 코끝을 찔러 왔다.
이른바 나무다리다.
월영교란 명칭은 댐 건설로 수몰된 월영대가 이곳으로 온 인연과 마을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월영교는 보통 다리가 아니라 달빛의 다리다.
'낙동강을 감싸듯 하는 산세와 댐으로 이루어진 울타리 같은 지형은 밤하늘에 뜬 달을 마음속에 파고 들게 한다'.
또한 사랑의 다리이기도 하다.
'먼저 간 남편을 위해 아내의 머리카락으로 만든 한 켤레 미투리 모양을 이 다리 모습에 담았다.
그들의 아름답고 애절한 사랑을 영원히 이어주고자 오늘 우리는 다리를 만들고…'.
월영교의 풍광과 유래에 대해 신비로움과 놀라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마음에 와 닿는 것은 그런 인연을 소중히 간직하고 오늘에 되살려 놓은 안동시민의 저력이다.
달리보면 지방자치시대가 낳은 훌륭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름만 지방자치인 현 실정에서 지역주민들이 스스로 그 지역의 전통과 문화를 되살려 훌륭한 관광상품으로 만들어 가는 모습에서 지방자치시대의 할 일을 짚어 볼 수 있게 한다.
물론 월영교 서편에는 안동의 전통음식인 '간고등어' '헛제사밥'을 파는 고래등 같은 기와집 식당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우리 대구에도 전통과 문화가 깊이 밴 훌륭한 작품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용두방천 위에 웅장한 용의 머리모양으로 용두교를 만들고 이와 연계된 관광상품을 개발하면 어떨까? 또 대구의 뿌리인 역사의 고장 달성군에는 월영교와 같은 훌륭한 거리들이 얼마나 있을까? 엊그저께 달성군에 갓 부임한 한 공무원으로서 주제넘는 걱정을 해 본다.
권대용 수필가·달성군 부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