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맞습니다. 맞고요

입력 2003-05-28 09:53:13

요즈음 가장 유행하는 말이 '맞습니다.

맞고요'라고 한다.

그래선지 어느 광고에서는 위 문구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시절에 했던 말로 기억하는데 대통령 당선 후 어느 개그맨이 대통령의 말과 어투를 흉내내면서 유행어가 됐다.

이 말이 어떤 연유에서 사용되었든간에 처음 들었을 때는 상당히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

법정에서 소송 당사자가 상대방의 주장을 부인하고 다투는 것만 늘 보아 온 탓일까.

어제도 이혼조정사건에 조정위원으로 참석하였다가 젊은 부부가 사소한 몇 가지 사실을 두고 서로 다투다 결국 합일점을 찾지 못해 갈라서는 것을 보고 참으로 안타까웠다.

부부 일심동체라는 말도 옛말인지 가사사건을 종종 접해보면 아내의 마음과 남편의 마음이 너무나 다른 채 몇 십 년을 한 집에서 살아온 부부들도 적지 않은 것 같다.

가정이든 사회든 서로가 양보하며 상대방의 주장에 대해 '맞습니다, 맞고요'라는 말을 서슴없이 해주고 받아들일 때, 그 가정과 사회는 활력이 넘치고 평화와 질서가 있을 것이다.

'맞고요'라는 말은 자신감 없이는 쉽게 할 수 없는 말이니 그 말을 하는 사람은 도량이 있어 보이고, 듣는 사람은 자신의 주장이 인정받은 것에 대한 자부심으로 주어진 일을 더욱 기쁨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말은 같은 편의 사람에게 할 때보다는 자기와 의견이 다른 사람에게 해 줄 때 훨씬 의미가 있어 보인다.

그것도 두 번이나 같은 말을 반복하니 얼마나 멋있는가. 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많은 국민들은 불안해했다.

그러나 많은 어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핵문제 등에 관한 미국측의 방안이 맞다며 과감하게 수용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을 더욱 신뢰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그러한 신뢰는 얼마 뒤 "대통령이 다 양보할 수도 없고 이러다 대통령직을 못해 먹겠다는 위기감이 든다"는 말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자마자 깨어지고 다시 불안으로 바뀌었다.

양보에서 나온 '맞고요'라는 말을 상대방이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지식이나 힘에 의한 전리품으로 생각하면서 자신은 양보할 줄 모른다면 다시는 '맞고요'라는 소리를 들을 수 없을 것이고, 그 이후에는 '아니오'라는 말과 함께 평화와 질서는 사라지고 이기적인 주장과 다툼만이 남게 될 것이다.

정부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체제시행을 사실상 중단키로 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앞으로 닥칠 혼란과 갈등, 엄청난 비용손실이 걱정된다.

이러한 때 전교조나 한국교총 등은 자기 주장만 옳다고 내세우지 말고 상대방의 주장을 다시 한번 살펴보아 맞는 것은 '맞고요'라고 말해주되 미비한 점은 서로 보완하여 올바른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정부 또한 같은 편에 선 자라는 이유로 그 쪽 편을 들어 '맞고요'라는 말을 외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서동택(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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