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과거라는 시간적 개념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그 시간(때)이 틀린다면'.
영남대 약학과 명예교수인 한보식(81)씨는 '잘못 기록된 과거의 시간'을 붙잡고 30여년간을 씨름해 왔다.
그리고 그 결실로 양.음력 전환법 최초 개발에 이어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양 3국의 '연력대전'을 차례로 펴냈다.
'연력대전'이란 동양 삼국의 서기전 시대부터 지금까지 양력으로 표시한 달력을 책으로 묶어 낸 것.
쉽게 말해 달력이지만 '연력대전'이 갖는 의미는 사뭇 크다.
한 교수는 "지금까지 음력을 양력으로 바꾸는 방법은 중국에서 개발한 삭윤법이 전부지만 달과 윤달만을 표시할 수 있을 뿐 정확한 날짜를 밝히는 데는 한계가 있어 수작업에만 의존한 탓에 오류가 많았다"고 밝혔다.
공자나 선덕대왕, 원효대사를 비롯 현대사에 등장하는 만해 한용운과 소파 방정환의 사망일까지, 음력을 잘못 풀이한 양력 기록은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다는 것이 한 교수의 지적. 이는 일년이 354일이고 윤달이 끼면 380일 만에 한해가 돌아오는 음력 체계상 계량화를 통한 양력으로의 전환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
따라서 연력대전은 우리의 과거사를 바로잡는 길잡이인 셈이다.
그는 "음.양력의 혼란은 과거의 기록을 잘못 이해하는 것뿐 아니라 음력에 맞추어 제사를 지내거나 족보를 기록하는 현실에서 볼때 젊은 세대들에게는 더욱 심각한 생활 속의 문제"라고 말했다.
한 교수가 '과거의 달력'속에 매달린 것은 "우리는 왜 음력을 사용할까"라는 30여년전의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다.
그후 그는 전공인 '약학'보다 '달력'에 더 많은 열정을 쏟아 부었다.
'음력'을 이해하기 위해 각종 고서에 매달려 웬만한 '고전'은 다 독파했을 정도. 한편 그는 우리나라를 통틀어 최고령의 '컴퓨터 프로그래머'이기도 하다.
한국에 컴퓨터가 처음 도입된 것은 지난 65년. 한일 수교 이후 일본이 무상으로 보낸온 이 컴퓨터는 영남대에 보내졌고 한 교수는 '음력의 비밀'을 캘수 있는 '능력'을 가진 컴퓨터에 빠져들었다.
75년에 당시 돈으로 2천만원하는 컴퓨터를 개인적으로 구입했을 정도다.
이후 30년간 업그레이드 된 컴퓨터가 나올 때마다 사들였고 지금도 집안 연구실 책상위에 3대의 노트북 컴퓨터를 놓고 사용하고 있다.
물론 이렇게 컴퓨터에 매달린 끝에 한 교수는 음력을 넣으면 바로 양력이 나오는 '프로그램' 개발에 성공했다.
그는 음.양력 전환 프로그램을 극비에 부치고 있지만 원리는 간단하다고 밝혔다.
"음력은 수치화를 통한 양력 전환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음력과 양력을 하나하나 컴퓨터에 암기식으로 입력한 뒤 음력이나 양력을 치면 해당 양력이나 음력이 쉽게 나오도록 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30년간 '음력'에 매달려 온 그는 "원래 우리는 태초력을 써왔지만 병자호란 이후 청의 강압으로 다시 청력으로 바뀌었으며 일본이 들어오면서 다시 일력을 써왔다"며 "월.화.수…라는 요일 표시까지도 일본식일 정도로 '음력'은 아픈 '과거의 수치'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협기자 ljh2000@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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