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 평등 채용 목표제 논란

입력 2003-05-27 09:52:49

교육부가 지난 12일 발표한 '양성 평등 채용 목표제'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교직의 지나친 여성화 추세를 억제하기 위해 2005년부터 남자 교사를 30% 이상 뽑도록 할당하자는 이 제도에 대해 특히 예비 여교사들이 역차별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여성들에게 가뜩이나 좁은 교직 문이 더 좁아지게 됐다는 것. 한편에서는 공무원 임용에 있어서의 여성 채용 목표제와 함께 학교에서의 바람직한 성 역할 교육을 위해서라도 진작 시행됐어야 할 일이라며 찬성하고 있다.

제도 추진의 배경과 문제점 등을 짚어본다.

▲성비 현황=교육부는 제도 추진의 근거로 교원 남녀 성비 불균형을 내세우고 있다.

현재 초등은 여성이 68.2%로 압도적이며 지난해 임용시험 합격자 가운데도 여성이 74.6%여서 조만간 70%를 넘어설 전망. 중등 역시 남성이 53.7%로 아직은 많으나 지난해 임용시험에 여성이 81.3%나 합격, 여성 우위가 뚜렷하므로 조만간 역전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의 경우 초등 교사 7천249명 가운데 여성이 5천407명으로 74.6%이고 중학교 역시 63%나 된다

고교에서만 교사 6천167명 가운데 남성이 70.2%로 우위를 보일 뿐이다.

전체 교사 비율을 보면 1만8천742명 가운데 56.5%인 1만594명이 여성이다.

▲불균형의 원인=여성의 사회 진출, 남성의 교직 진출에 대한 편견이 함께 작용했다는 게 일반적인 얘기다.

여성의 경우 그나마 교직이 가장 쉽게 사회에 나갈 수 있는 길이다.

다소 나아졌다고 하지만 기업체에서는 여전히 여성 채용을 꺼리고 있다.

공직사회 역시 쉽잖아 올해 들어서야 7, 9급 공채 때 여성을 일정 비율 채용하도록 하는 제도가 시행됐다.

반면 남성은 아직 교사가 성공한 직업으로 비쳐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취업이 갈수록 힘들어져도 성적이 우수한 남학생들의 교대나 사대 선호도가 그리 높아지지 않는 것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교·사대 신입생은 거의 여성이다.

교대의 경우 이미 어느 한쪽의 성이 모집인원의 70%를 넘지 않도록 전형을 하고 있으니 그나마 남학생이 많지만 사범대에서는 갈수록 남학생 찾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역차별 비판 근거=교대의 경우 모집인원 가운데 남·여 할당이 돼 있는데 여학생들의 선호가 높다 보니 합격점에서 이미 적잖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사범대 역시 우수한 여학생이 많이 입학해 많은 학과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성에게 일정 비율을 할당한다는 것은 교사의 자질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여성의 경우 중·고교의 상당 비율을 차지하는 사립학교에서 채용을 꺼리기 때문에 공립학교 임용시험에서마저 역차별한다면 사회에서 여성의 마지막 남은 밥그릇마저 뺏으려 드는 꼴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도 교직은 여성들이 선호해 80% 이상을 차지하지만 아직 양성 평등을 제도화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장의 상황=학교 관리자인 교장, 교감들은 "힘들거나 늦도록 해야 하는 일은 시킬 사람이 없다"거나 "직접 손댈 일이 너무 많다 보니 해먹기가 힘들다"는 하소연을 늘어놓곤 한다.

남자 교사가 너무 적어 힘들다는 얘기다.

학부모 가운데는 "아이가 초등학교 6년 다니는 동안 남자 선생님이 한 번이라도 담임이 됐으면 했는데···"라며 공연히 남자 교사를 선호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가운데 여교사들 나름대로도 부장 자리는 물론 교장, 교감 등 관리직에 여성이 오르기가 너무 어렵다는 불만도 나온다.

모두가 여성들의 육아 문제에서 비롯된 것들로 보이지만, 여교사들은 업무를 가정까지 가져가야 할 상황인데 승진제도 등 학교 여건은 이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외조를 위해 직장을 휴직하고 자녀 양육을 맡은 남편 이야기가 화제가 되는 사회이고 보니 아직은 해결이 요원한 문제인지 모른다.

▲풀어야 할 과제=임용시험을 준비하는 많은 남성 예비교사들은 군 복무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며 제도 도입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접근해보면 결국 교직 자체에 대한 남성들의 선호도를 높여 우수한 남학생들이 교·사대를 선택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한 해법이다.

교원단체들은 우수교원확보법 제정 등을 통해 사회·경제적으로 교사들이 우대받는 여건을 만들어 우수한 남학생들이 교직을 선택하도록 유인하라고 촉구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면 교원 법정 정원 확보 문제가 제기된다.

또한 교육여건 개선 계획에 따라 학급당 35명 이하라는 목표가 추진됐음에도 초등학교에서는 과밀학급이 여전하고 중·고교에서는 기간제 교사만 양산했다는 현실적인 비판에도 주목해야 한다.

하지만 이같은 교육계의 요구는 최악의 취업난과 경기 불황의 사회 현실 속에서 이상론으로까지 비쳐지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사교육비에 허리를 짓눌리고 있는 학부모 입장이라면 처우 개선이나 임용 확대는 세금 부담으로만 여겨질 수도 있다.

결국 다른 대부분의 교육계 이슈들처럼 공교육 정상화라는 뻔한 요구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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