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대신 정을 받아가세요"

입력 2003-05-26 12: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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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대신 정을 받아가세요".

24일 오전 '백혈병 어린이 돕기 바자회'가 열린 칠곡교회(대구 읍내동) 앞 마당은 각종 의류, 건어물, 야채, 음식 등을 사고 파는 이들로 북적댔다.

경건하던 교회가 이날 하루 만큼은 장터로 변한 것.

이날 행사는 내년에 100주년을 맞는 칠곡교회 측이 지난해까지 이어오던 '불우이웃돕기 자선바자회' 대신 몸과 마음이 아픈 어린이를 돕기 위해 마련했다.

이 교회 오세원(47·사진) 목사는 "바자회에서 거둔 수익금은 동산병원으로부터 의뢰받은 백혈병 어린이와 뇌종양 어린이 두명을 돕는데 쓰인다"고 했다.

만삭의 몸으로 이곳을 찾은 유순연(34·대구 구암동)씨는 "물건도 싸고 쓸만한데다, 무엇보다 백혈병 어린이를 돕는다니 돈을 내면서도 뿌듯하다"며 환한 표정을 지었다.

주민 김복남(41·여·대구 동천동)씨는 "일반 시장과 달리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어 더욱 좋다"며 지난해 불우이웃돕기 바자회에서 샀다는 빨간 운동화를 보여 주었다.

10년 가량 건어물을 판매해 왔다는 김강태(56·대구 읍내동)씨는 마이크를 대고 찬송가를 부르며 즐겁게 손님을 맞았다.

김씨는 "현재 동산병원에서 호스피스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데 늘 아이들이 안쓰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며 "오늘 바자회 수익금으로 아이들을 도울 수 있다니 더 신나고 흥겹다"며 밝게 웃었다.

생과일 음료와 인형과 테이프, 직접 만든 그림 액자 등을 팔고 있는 임소희(23·여·교회 청년회)씨는 "8살 먹은 영창이와 11살 뇌종양에 걸린 아이에게 작은 손길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두 손을 모았다.

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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