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끝에 거대도시...출퇴근땐 '거북운행'

입력 2003-05-26 12:05:50

대구시내 동서간 도로의 체증현상은 수년간 지속적으로 진행돼 왔으나 지하철 2호선 공사의 공기 연장과 최근 신천대로의 정체 심화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동서간 체증현상에 대해 교통수요를 무시한 과밀형 도시개발에 근본적 원인이 있다고 보고 있으며, 투자 우선순위에 오류가 있었던데다 무계획적이고도 예산 맞추기식의 도로 건설 등도 체증을 부추긴 이유로 보고 있다.

◇얼마나 막히나?

대구시가 지난 2월 내놓은 대구시내 각 구간별 차량 속도 조사 자료집(조사기간 2002년 10월7일∼11월2일)에 따르면 시내 전체 도로에서의 승용차 평균 통행속도가 최근 4년간 지속적으로 떨어졌으며 이는 동서간 도로가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시내 승용차 평균통행속도는 도심부의 경우 지난해 말 26.8㎞를 기록, 지난 1999년(28.1㎞)에 비해 1.4㎞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도심부 통행속도는 2000년 28㎞를 기록한데 이어, 2001년에도 27.7㎞를 나타내 통행속도가 계속 감소하고 있다.

도심 외곽의 경우도 1999년 37.3㎞를 나타낸데 이어 2001년 36.4㎞로 떨어졌고 지난 해 34.7㎞까지 떨어졌다.

도심부 도로 가운데 동서간 도로는 대부분 도심 평균 속도(26.8㎞)를 밑돌았다.

평균 속도 이하인 동서간 도로를 보면, 달구벌대로 남부정류장∼반월당네거리(23.5㎞), 반월당네거리∼두류네거리(25.7㎞), 국채보상로(신평리네거리∼MBC) 19.7㎞, 중동로(중동교∼황금주공아파트) 22.6㎞, 월배성당로(두류공원네거리∼내당네거리) 22.5㎞, 구마대명로(안지랑네거리∼남구청) 20.3㎞, 북비산태평로(평리네거리∼동대구역) 21.7㎞ 등으로 대부분 동서간 도로의 상황이 나빴다.

외곽도로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대부분 동서간 도로가 평균치(34.7㎞)를 밑돌았다.

달구벌대로 두류네거리∼성서구간이 23.3㎞인 것을 비롯해 국채보상로(이현공단∼신평리네거리) 24㎞, 월배성당로(유천교∼두류공원네거리) 26.3㎞, 구마·대명로(남대구IC∼안지랑네거리) 24.3㎞ 등이었다.

대구의 한 구청 교통전문위원은 "대구시 조사에서는 오전 시간대 조사의 경우 출근길 혼잡시간이 끝난 오전 10시까지 속도를 측정한 것이어서 측정치가 실제 속도보다 더 높게 나온 듯하다"며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 지체지수는 훨씬 더 크며 동서간 일부 구간은 조사 측정치보다 속도가 훨씬 더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왜 막히나?

동서간의 정체는 대구시내 동쪽과 서쪽 끝에 교통유발 시설이 몰려 있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서쪽 끝의 경우, 대구시내 최대 주거 밀집지역인 달서구가 위치해, 동쪽으로의 차량 이동 수요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 달서구 인구는 60만을 넘었고 성서택지지구만 하더라도 좁은 구역에 25만여명이 밀집해 있어, 출·퇴근길 교통혼잡이 가중되고 있다.

또 최근 달성군 다사의 택지개발이 시작되면서 이 지역 주민들도 성서와 같은 도로를 이용할 것으로 보여 향후 혼잡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달서구 성서공단도 1천640여개 업체에 4만4천500여명의 근로자가 출퇴근하고 있어 하루 수만대의 차량 유·출입이 이뤄지고 있다.

동쪽 끝도 90년대 이후 수성구 시지와 경북 경산에 택지가 조성되면서 10만명 이상의 상주인구가 늘어난데다 경산지역에 대학가까지 몰리면서 이동수요가 급격히 늘어났다.

동서를 잇는 주요축인 달구벌대로의 노폭이 넓다는 점 때문에 이 곳을 중심으로 업무용 빌딩과 아파트단지 조성이 잇따르고 있는 것도 동서간 교통수요 유발의 한 원인.

업무용 빌딩들은 반월당네거리와 봉산육거리, 삼덕네거리 주변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들어서고 있으며 아파트의 경우도 90년대 중반 이후 수성교옆 옛 코오롱 부지가 아파트단지로 변한 것을 비롯해 7호광장 인근에 아파트 재개발이 있었고 죽전네거리 부근에 아파트 신축이 이뤄졌다.

하지만 동서간을 잇는 신규 도로개설은 최근 5년간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

달서구청 한 관계자는 "동서를 연결하는 축도로로 신규 계획된 성서∼보훈병원 네거리∼앞산순환로 도로는 중간 허리 역할을 할 '상화로'만 개통된 채 유천교와 성서공단을 잇는 도로가 개설되지 않아 현재는 토막 도로인 셈"이라며 "완공까지는 몇 년 더 걸릴 것으로 보여 동서간 체증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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