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제조업 기반이 급속히 붕괴되고 있다.
공장용지 절대부족과 비싼 땅값, 높은 물류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유망 지역 기업들까지 서대구, 3공단 등의 대구 공장을 진량, 김천, 고령, 구미, 왜관 공단 등으로 옮기거나 아예 사업을 포기하고 있다.
공단에서 지역기업들이 떠난 자리엔 여관, 식당, 도.소매 업체 등 후진국형 서비스업체들이 넘쳐나 공단의 생산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지역 기업인들 사이에선 노사분규, 미-이라크전쟁, 사스(SARS), 물류파동 등 끊임없이 이어지는 경기 악화요인에다 불황의 장기화 전망과 심리적인 위축현상까지 겹쳐 제조업 위기론이 계속되고 있다.
내로라 하는 기업은 용지난 등 투자여건 미비로 인해 탈대구현상을 보이고, 남은 기업들도 경영상의 어려움과 제도적 미비 등을 이유로 남의 눈만 없으면 공장문 닫고 싶다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제조업을 포기한 채 임대업이나 서비스업종으로 전환하는 곳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구시도 삼성상용차부지 활용 및 구지공단 조기 조성 등을 통해 용지난을 덜 수 있었음에도 공단조성을 늦잡죈데다 기존 공단에 대한 대체산업 육성조차 소홀해 공단내 난개발만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의 중견 기계공구 제작업체인 ㅅ사는 지난해 11월 3공단내 2천800여평 규모의 침산공장을 매각하고 고령 다산 주물단지 8천500평을 매입했다.
고령의 땅값이 침산공장의 10분의 1인 평당 25만원에 불과, 자금 회전과 투자 확대에 매우 유리했다는 것. 이 회사는 올해 말 성서공단내 자회사인 자동차부품 생산공장도 고령으로 이전한다.
산업구조 고도화에 따른 전통 제조업체들의 탈도시화는 세계적 추세이지만 대구의 경우 업종을 가리지 않고 이같은 현상이 심화, 대구경제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한숨짓고 있다.
벤처업체로 정보통신기기를 생산하는 ㅎ업체와 도어 클로즈를 생산하는 ㄷ업체는 최근 3공단에서 각각 구미 4공단과 왜관 공장 밀집지역으로 이전했다.
이 회사들은 매출액이 한해 2배이상씩 불어나는 유망 중소기업체로 투자 확대가 절실했지만 대구에선 도저히 땅을 찾을 수 없었다.
3공단 경우 도로변 땅값이 평당 250만~300만원대, 비교적 값이 싼 성서공단 일대도 3차단지를 제외하면 150만~160만원을 호가해 25만~30만원 수준의 경북지역 공단보다 5배 이상 비싸다.
현재 성서공단 용지는 3차단지 분양이 끝난 2001년 이후 씨가 말랐고 최근 분양하고 있는 4차단지도 7만2천평에 불과, 입주를 원하는 기업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임경호 대구상의 기획조사부장은 "대구는 항만, 공항을 끼고 있어 관광, 금융으로의 산업전환이 유리한 다른 대도시와 달리 제조업에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며 "핵심 생산기반과 첨단업종까지 역외로 마구 이탈할 경우 대구 경제의 미래는 암담하다"고 했다.
대구시의 경우 도시형 첨단산업 등 대체 산업 육성이 취약, 제조업체들이 떠난 자리에 각종 상가가 무차별적으로 들어서 생산력 약화가 심화되고 있다.
3공단내 백사벌네거리엔 기계소리를 내며 돌아가야 할 생산시설 대신 각종 상가 건물만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한쪽 도로변엔 2, 3층 규모의 10여개 건물에서 상가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고, 맞은편 도로변 모 기계업체 건물엔 성인용품점까지 들어서 이곳이 과연 공단 지역인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이 일대는 지난해 말 모 기계업체가 3천평에 이르는 공장 부지를 매각하고 고령으로 이전하면서 대규모 상가가 조성됐다.
공장부지는 20여개로 나눠져 올초부터 10여개 영세 업체와 에어컨, 세탁기 등 전자 대리점들이 대거 입주했고, 50~150평 규모의 사무실 임대 플래카드가 나붙었다.
서구 중리동 서대구 공단. 최근 ㄷ주물이 이 일대 2천600평 규모의 생산공장을 매각하면서 이곳 또한 자동차매매상사, 식당 등의 서비스업체들로 대체됐다.
인근 모 건설업체는 3천평부지 중 절반을 매각해 상가 신축 공사를 벌이고 있었다.
공단 입주업체들은 "잘나간다 싶은 기업까지 설비투자 대신 서비스 업종으로 돌아서면서 수십억~수백억원을 쏟아붓고 있다.
미-이라크 전쟁, 사스, 물류파동 등 위기를 거치면서 이런 현상은 일상화되고 있다"고 우울해했다.
지방공단으로 지정돼 공장부지의 용도변경이 불가능한 성서공단 경우 임대사업자 전환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대구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전체 2천200여개 업체 중 5월 현재 170개나 임대업체로 전환했고, 170개 업체는 또다시 647개 영세임대공장으로 분할됐다.
성서공단 입주공장 관계자들은 "100평짜리 공장 한달 임대료는 150만원으로 1천평에 10개 공장을 임차할 경우 1년수입만 1억8천만원인데, 요즘처럼 어려울 때 누가 힘들게 제조업을 하겠느냐"고 되물었다.
2001년 모든 분양이 끝난 성서 3차 산업단지 경우 공장용지(33만평)중 10%는 아직까지 착공조차 이뤄지지 않고 나대지로 방치되는 반면 지원시설용지(12만평)엔 모텔, 음식점 등 각종 유흥업소들이 들어찼다.
5월 현재 성서공단 지원시설용지의 절반에 달하는 5만평엔 52개 여관이 영업 또는 착공 중이다.
한 기업인은 "지원시설을 줄여 생산시설 확대, 땅이 필요한 기업에게 추가 분양할 필요도 있다"고 한숨지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