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의 합의서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합의를 짓밟는 발언으로 우리 뒤통수를 쳤다.
25일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한.미의 '추가적 조치'와 관련, "남측은 궁색한 변명으로 진실을 가리려 하지말고 저들의 잘못을 시인하고 민족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만일 남측이 거듭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사태를 극단으로 몰아 간다면 남북관계는 영(零)이 될 것이며, 상상할 수 없는 재난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으로 기막힌 협상 상대가 아닐 수 없다.
막 선물 보따리를 풀고 돌아가는 손님에게 '배알도 없는 놈'이라며 욕질을 해대는 꼴이다.
저들이 경추위에서 내놓은 '헤아릴 수 없는 재난 발언은 민족 간에 잘 되자고 한말'이란 문서적 해명도 말장난에 불과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받을 것은 다 받았으니 너희들이 어쩌겠느냐"는 '배째라'의 심보로 해명 전 표현을 그대로 내뱉고 있다.
이런 북한을 그대로 둬서는 안된다.
우리의 대응의지를 시험하기 위해 북한이 의도적으로 해명을 뒤집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합의서 이행에 조건을 달고, 이번 발언에 대한 엄중한 시정의지를 전달해야 한다.
보도문을 낸 조평통이 어떤 기구인가. 위원장.부위원장 등 간부 대부분이 당정치국원, 당비서, 최고인민회의 의장 등을 겸하는 최상급의 통일전위기구다.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을 막후에서 성사시킨 것도 조평통이다.
이에 비해 경추위는 잔가지에 불과한 존재다.
조평통이 '상상할 수 없는 재난' 운운했다면 그것이 곧 북한의 의지로 봐야 한다.
우리는 차제에 대북지원과 경협에 대해 보다 엄정한 조건을 설정할 것을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
사탕발림 해명으로 단물을 빨아내기 무섭게 자신들의 해명을 뒤집는 이런 신뢰성 없는 집단과 신사협정을 한다는 것은 무리다.
모든 지원과 경협이 실질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철저한 안전장치를 마련해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후속조치를 주시해보겠다.